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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Jan 25. 2024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이 안 읽히나요?

나에게 끌리는 글을 찾아라

내게는 다자이 오사무 책이 몇 권 있다. 인간실격, 만년, 사양 등. 오래전 읽은 책은 단편집으로, 수록된 작품들 중 ‘수치’라는 작품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가끔 이렇게 술술 읽히는 작품들이 신기할 때가 있는데, 외국 작품들에서는 흔치 않은 것 같다. 내가 일본 작품을 자주 읽게 된 것에는 일한 번역이 뛰어난 것이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언어권 번역이 별로라서 안 읽힌다는 것은 아니다.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라든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움베르토 에코의 ‘제0호’ 등도 아주 잘 읽혔기 때문에. 


잘 읽힌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주관적으로 독자의 성향이나 취미에 따라서 잘 읽히는 걸까, 아니면 객관적으로 번역이라던가 대중성이라는 게 적절히 들어맞아서 잘 읽히는 걸까. 한창 일본 작품을 읽었을 때 분명 모든 작품이 잘 읽히는 건 아니었다. 나에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그러하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도 너무 길어서 힘들었다. 일본문학에 빠지게 만든 나쓰메 소세키도 피해갈 수 없었다. 


각 작품은 작가도 다르고 출판사도, 번역가도 다르다. 그런데 나는 다자이 오사무라면 어느 번역가가 번역했든 다 잘 읽힌다. 왜일까? 아는 지인이 말했다. 지인의 친구가 ‘인간실격’을 읽다가 중간에 포기했다고. 개인적으로 놀랐다. 나는 세 번이나 읽었다. 읽는 동안 매번 결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인간실격’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이 책에는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나에게 매력적인 문장들이 충분히 담겨있다. 또한 그만의 문체는 개성이 강해 흡입력이 대단하다. 한 번 쥐면 좀처럼 손을 놓기 쉽지 않다. ‘인간실격’을 힘겨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자이 오사무의 글에 너무 몰입해 버렸거나, 아니면 그의 어두운 세계에 잠식해 버릴까 무서운 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자기한테만 잘 읽히는 책이 분명히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고 그걸 찾지 못하면 독서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란 여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잘 읽히는 책,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아직 특정하기 어렵지만 분명 있다는 것. 나에게는 다자이 오사무와 같은 작가가 잘 맞는 걸지도. 


그러니 우리는 수많은 책 속에서 자신에게 술술 읽히는 작품과 작가를 찾아다녀야 하는 게 맞다. 책을 점점 멀리하게 되는 요즘, 더구나 문학은 더욱 그러한데, 아무리 읽으려고 노력한 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책을 고른다면 애써 부여잡은 의지가 꺾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역으로 나의 글은 누구에게 잘 읽히는 글이 될 것인가. 내 글은 누구를 끌어당길까.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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