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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Jan 23. 2024

인생 뭐 있다

인생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우리들

가끔 내 삶이 보잘것없고 하찮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어제가 바로 그랬다. 어제 광화문에 있는 편의점에 급하게 휴지를 사러 들어갔다가 기괴한 눈초리의 아저씨를 보았는데 워낙 편의점이 좁아서 마주칠 까 봐 다른 방향으로 피했다. 계속 ‘인생 뭐 있냐’를 외쳐대는 목소리가 편의점 좁은 틈 사이로 들려 왔다. 기분 나쁜 소리였다. 하필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똑같은 말을 듣다니.


하여간에 그 아저씨는 알바생에게도 ‘인생 뭐있냐, 안그래? 어?’ 하며 대답을 강요했다. 알바생은 모른다며 회피하려 해도 그 아저씨는 연거푸 행패를 부렸다. 그 아저씨가 꺼려졌다. 가끔 내가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에라이 인생 뭐 있냐.

인생이 뭐냐. 난 모르겠다.

인생 너무 힘들다. 포기하고 싶다.


생각보다 나는 자주 말하고 있었다. 오늘도 잠시 내 인생이 너무 하찮기 그지없어서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남의 입으로 들으니까 그렇게나 흉해 보이더라. 인생 뭐 있냐. 라는 말 자체가.


‘인생 뭐 있냐’ 라는 질문에, 그럼 인생엔 아무것도 없는 건가? 정말로? 아무것도 없을까? 뭐라도 있겠지. 그 아저씨한테도 뭐 하나라도 있었을 거다. 그렇게 인생이 뭐 있냐고 말하며 돌아다니기 전에. 지금은 같은 말만 반복하며 남들에게 부정적인 생각으로 겁박하는 해괴한 아저씨가 되어 버렸지만.


지금 내 인생에 뭐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내 인생엔 회사가 있고 동료가 있고 별 볼 일 없든 아니든 일이라는 게 있고 아직은 꽤 젊은 몸이 있고 내가 몸 뉠 작은 방 하나 있고 반려 식물이 4개 있고 둘둘 말고 자면 포근한 이불이 있고 일기를 쓸 수 있는 노트북이 있고 목마를 때 마실 물이 있고 소중한 친구가 몇 명 있고 가족이 있고, 그리고 아직 내가 있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거지, ‘인생 뭐 있냐’ 라고 생각한다면 나머지 인생도 내다 버리겠다는 뜻 같다. 차라리 과거를 버리고 미래는 버리지 말아야지. 인생 뭐 있겠지, 인생엔 뭐라도 있어. 인생엔 무언가 있어. 분명히 있어. 이렇게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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