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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Mar 08. 2024

언어는 도구가 아니라 예술이기에

외국어 유목민의 자아성찰 14

한창 브런치에 몰입하는 요즘의 나에게, 갑자기 지인이 물었다. 인생 최대 목표가 뭐냐고 말이다. 늘 생각하는 답변은 없었지만 내가 몰두하고 있는 게 무언지 생각해 보니 바로 답이 나왔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나는 언어를 잘하고 싶어. 가능한 모든 언어를 잘하고 싶어.’ 정말 그게 전부였다. 그러자 지인이 되물었다. ‘그럼 영어만 잘하면 되는 거 아냐?’


아니, 아니었다. 완전 달라. 완전히. 그건 언어를 도구로 바라봤을 때의 입장이었다. 언어는 하나의 도구가 맞으나 언어가 도구라는 범위에 귀속된 건 아니었다. 언어는 예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하나의 도구이지만 도구인 것만은 아니다. 보통은 도구로써 바라보는 관점이 많지만, 나에게 언어는 예술이기에 특별하다.


어떤 것이 예술이라 함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넓은 확장성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운율을 맞추면 시가 되고 노랫말도 될 수 있다. 기승전결을 넣으면 소설이 되고 연극도 된다. 철학을 넣으면 고전이 된다. 언어는 예술이기에 누가 화자인가에 따라 다르고 누가 청자인가에 따라 다르고, 누가 작가인가에 따라 다르고 누가 독자인가에 따라 다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 바로 예술, 그리고 그런 예술에 속하는 언어.


난 언어로 독서활동을 하고 싶다. 언어로 된 예술을 향유하고 싶고 또 가능하다면 스스로 창조자가 되어보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책을 좋아하고 글을 써대나 보다. 언어로 된 매력적인 예술을 그 언어 자체로 누린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일본에서 일본어를 쓰는 것은 얼마나 멋진가. 독일에서 독일어를 쓰는 것은 또 얼마나 멋지고.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를 쓰는 것 또한.


그렇게 멋지게 나만의 낭만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 그러니까 영어만 기깔나게 잘하는 게 나에겐 능사가 아닌 것이다. 영어로는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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