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유목민의 자아성찰 15
요즘은 AI 가 매우 잘 되어 있어서 웬만한 해석은 모두 다 해결이 되는 정도다. 그러나 분명 섬세한 의미 전달은 사람의 손을 거칠 수 없는 일인데 AI 때문에 마치 사람 단계가 필요 없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런 것은 정말이지 언어의 예술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AI 가 쓴 소설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만 나는 AI는 의미를 알고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로지 독자의 해석만이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나는 언젠가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라는 소설의 원서를 직접 구해 읽어본 적이 있다. 사전을 찾아가며 해석해 보았지만 자연스럽고 매끄러우면서도 소설의 분위기를 살리는 번역은 불가능했다. 뭐 당연한 일 아닌가.
이게 직접 해보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 특히나 소설이나 시를 번역해야 할 때 말이다. 그러니까 잘 번역된 글을 읽는 것은 정말이지 그 노고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김화영의 번역수첩’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번역가님은 프랑스 문학 번역가로 매우 유명하신 분이고 알베르 카뮈 전집을 번역하신 것으로도 그 이력이 매우 대단하신 분이다.
한편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프랑스 문학들을 들여오기도 하신 분인데 그중엔 내가 매우 좋아하는 파트리크 모디아노도 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는 책인데 내가 프랑스 문학 코너를 기웃거리게 만든 그 책이다.
김화영 번역가님의 책을 읽다 보면 얼마나 번역가분들의 혜안이 중요한지 느껴진다. 아마 이런 분들은 AI의 문제점과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계실 텐데, 보통의 사람들은 전혀 그런 부분을 인지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사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난 꾸준히 원서를 구해서 읽어보고자 한다. 번역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끼기 위하여, 번역된 책들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번역가 분들의 노고가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 인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