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변하는 청년들의 유행어 속 씁쓸함
코스미안 뉴스에 기고했던 내용입니다. 링크는 글 맨 하단에 있습니다.
2017년까지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이 가장 많이 썼던 유행어 중 하나는, 지옥(hell)과 조선(조선반도)의 합성어인 헬조선이다.
헬조선은 미래지향적 시각으로 개인적으로 힘든 삶에 대한 극복의지의 표현이다. 또 정치적으로는 탄핵을 겪으며 옳은 정치가 이뤄지는 '나라다운 나라'를 기원하는 바람이었다.
그에 비해 2018년, 헬조선이라는 말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줄고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인 ‘소확행’이 청년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다.
거시적인 큰 목표를 가지고 미래를 지향하는 대신 청년들은 눈앞의 작은 행복들로 시야를 옮겼다. 무엇이 1년 만에 청년들로 하여금 헬조선에서 빠져나와 소확행을 찾게 만들었을까?
사실 엄밀히 따지면 2017년과 2018년 청년들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탄핵 여파로 인한 갈등만이 2017년과 2018년의 차이였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들은 학자금대출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청년실업에 떨고 있다. 획일적 경쟁만을 강조하며 창의력과 협력을 등한시하는 사회현실 역시 그대로다.
정치적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청년들은 촛불을 들었다.
그 결과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바꾸려고 했던 구태 정치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협치와 연정은 없고 당리당략만이 존재하고 있다. 그 와중에 국민들은 소외되며 간과되고 있다.
힘을 합쳐 촛불을 들었던 청년들은 이제 펜을 들고 각자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무원시험과 같은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헬조선을 외쳤던 그들은 이제 소확행을 외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미래를 지향했던 청년들은, 변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미래가 아닌 눈앞의 소소한 현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미래를 향한 청년들의 뜨거운 열정이 왜 차갑게 식어버렸을까? 청년들이 가졌던 사회와 정치에 대한 관심은 유튜브 속 먹방으로 옮겨 가버렸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평'을 바라는 청년들의 열정을 통해 정권은 바뀌었다. 하지만 사회는 바뀌지 않았다. 정치도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삶은 변하지 않았다. 다수의 청년들은 이에 좌절했다.
청년들은 미래를 꿈꾸고 올바른 미래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변화와 기대에 대한 좌절은 그들에게 소소한 행복만 추구하게 만들었다.
만약 이대로 미래에 대한 지향이 사라지고 계속 청년들이 현실만 바라본다면 이는 비극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청년들이 지금의 좌절을 벗어나 더 많은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물론 이는 청년들만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한때 청년이었던 어른들도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청년들이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야 한다. 소확행으로 대표되는 2018년도 벌써 마무리 되어 간다. 다가오는 2019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소확행을 넘어 더 높고 넓은 꿈을 추구하는 새로운 유행어가 떠오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