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뮬란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두려움 없는 조직과 심리적 안전감

by 분더비니
뮬란 스틸컷

형제들과 매일 밤 베개 싸움을 하고 총 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 나는 인어공주나 신데렐라보다는 뮬란파에 가까웠다. 반짝이는 검을 쥐고, 그 검으로 짧게 자른 단발머리의 뮬란! 영화 배경이 무도회장이 아닌 전쟁터라는 점도 괜히 멋졌다.


다시 본 뮬란은 여전히 설레고 감동적이며 도전적이었다. 어렸을 땐 마냥 뮬란이 멋있기만 했는데, 다 커서(?) 본 뮬란은 훨씬 더 깊이 있고 단단한 캐릭터였다. 한 나라의 공주가 아닌 그저 평범한 한 가정의 딸이라는 점, 그런 평범한 한 사람이 세상의 모든 편견에 꿋꿋이 맞서 싸운다는 점, 가장 뒤처진 듯 보이지만 묵묵하게 빛나는 진짜 리더라는 점에서, 뮬란은 참 특별한 캐릭터였다.


뮬란 스틸컷


대신 다르게 보이는 게 있다면 바로 샹 장군이었다.

잘생긴 얼굴과 다부진 몸, 강한 리더쉽을 지닌 샹 장군은 뮬란의 사랑이자 내게도 어릴 적 첫사랑이기도 했다.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던데, 내 첫사랑은 좀 다른가.


그렇게 멋있어만 보이던 샹 장군은 그야말로 최악의 리더였다. 엉망 일대로 엉망인 샹의 리더쉽을 보면서 이런 리더의 군대 조직이 안 망하고 배기겠어? 싶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영화를 다시 감상했다.


뮬란을 보며 책 <두려움 없는 조직>이 떠올랐다.

특별히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의 비결에 대해 연구한 이 책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은

능력이 뛰어난 팀원들이 있는 조직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심리적 안전감'이

강하고 높은 조직이라는 것.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심리적 안전감이란, 한 조직에서 팀원이 업무와 관련해 어떤 의견을 제기해도 괜찮은 환경, 벌을 받거나 보복 당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조직 환경이다. 조직의 구성원이 두려움 없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 개인과 조직이 모두 성장할 수 있다.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는 이런 두려움 없는 조직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1. 토대가 형성된 조직

: 주어진 일에 대한 프레임을 공유하는 조직

-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을 위한 일인지, 제대로, 끊임 없이, 자주 공유한다.

- 구성원이 서로 조직을 향한 기대치와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 조직이다.


2. 참여를 유도하는 조직

: 심리적 안전감이 싹 틀 수 있는 환경이 있는 조직

- 모르는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며, 자주 서로의 생각을 묻는다.

- 개개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제언을 위한 장과 구조가 있다.


3. 생산적으로 반응하는 조직

: 가치를 인정하고 실패를 실패로 바라보지 않는 조직

-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누군가 자기의 생각을 표현했을 때 감사를 표한다.

-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꾸준히 탐구하고 교육한다.




그렇다면 영화 <뮬란> 속 군대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은 어땠을까?

샹 장군은 어려서부터 무술 훈련을 훌륭하게 수료하고, 젊은 나이에 장군이 되어 조직을 이끄는 젊고 기개 넘치는 리더다. 하지만 그는 초장부터 처음 본 대원들에게 '너희 같이 줏대 없고 불쌍한 애들은 처음 본다'며 경멸의 발언을 펼친다. 누구나 자신의 발언을 제언할 수 있는 장은 그 어디에도 없고, 리더와 대화하는 찰나의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용기를 내 말한다 해도 리더는 묵묵부답이다.



너는 틀려먹었어.
내 명령을 따르는 자만이 살 수 있다.
짐 싸서 집에나 가.
너 같은 약골은 힘들어.



뮬란의 OST <I'll Make A Man Out Of You>는 이런 리더의 모습을 요약하여 담고 있다. 리더인 샹 장군은 온갖 사회적 편견과 편협한 사고 속에 갇혀 조직원들을 비난하기 일쑤이고, 자신의 모든 명령을 따르는 자만이 살 것이라는 억압적 폭언을 쏟는다. 그는 그 어떤 실패도 용납하지 않으며,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도 전혀 사과하지 않는다. 뮬란은 부대 대원들은 목숨을 구한 공적을 세웠음에도, 뮬란을 향한 처우와 대우는 무시와 불신이다.



엉망진창인 그의 리더쉽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엔딩이 승리로 끝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치지 않고 의견을 내는 뮬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뮬란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뭐라고 생각하든 말든, 자기가 어떻게 되든 말든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쫓는 캐릭터다. 여자가 목소리 낼 수 없는 사회에서 '핑'이라는 남자 아이로 둔갑하면서까지 계략을 펼치는가 하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는 가감없이 리더에게 공유하고, 혹 리더가 자신의 제언을 받아들여주지 않더라도 끝까지 멈추지 않고 이를 끈기 있게 어필한다.


결국 뮬란은 사랑하는 아버지를 지키고,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흉노족의 침략을 막고,

황제의 목숨을 구하고, 중국 나라 전체를 구한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근무 환경의 조성 여부는
구성원의 문제 제기에
‘리더가 어떻게 반응하느냐'
에 따라 결정된다.

성공하는 리더라면
구성원의 문제 제기에 존중을 표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면서
향후 대응 방향까지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 <두려움 없는 조직>


통쾌하고 안타까운 사실은, <뮬란>의 결말은 모두 뮬란이라서, 오직 뮬란이라서 가능했던 일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슬기롭고 정의로운 뮬란 같은 구성원들이 백 명 천 명 있어도, 화를 내 거나 무시만 하는 리더라면, 그 어렵게 쌓은 토대라 할지라도 그건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백번 천번 자기 의견이 묵살당하고 수용되지 않는다면, 현실에서는 마지막 두려움을 한 번 더 깨고 천 한 번째 목소리를 낼 사람은 아마 그 어디에도 없다. 조직의 리더와 구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구성원의 문제는 각 개개인의 것이지만 문제를 받아들이고 방향을 설계하는 것은 곧 전적으로 '리더'와 '조직 문화'에 달려 있다.


핑으로 숨어 살고 있는 뮬란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뮬란이 뮬란처럼 굴어도 정말 괜찮은,

뮬란이 뮬란다울 수 있는 조직과 문화를 위해,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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