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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아 Mar 11. 2023

숨 참고 요가 다이브


요가를 하고 있으면 이 운동이 내 안에 공간을 채우는 작업이라고 확신하게 될 때가 있다. 몸을 늘리고 꺾으며 힘든 동작을 버티면서 자꾸 숨을 쉬라는 난해한 요구가 처음엔 어처구니없고 실행하기는 더욱 어렵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숨을 들이쉬고 내쉼에 따라 변화하는 내 몸을 느낄 수 있다.      


허벅지가 터지도록 한바탕 온몸 버티기 동작을 하고 난 후 휴식 동작에 들어가면 몸을 둥글게 말거나 편안하게 주욱 늘려 척추 사이사이로 공기를 드나들게 한다. 아기 자세, 태아 자세, 시체 자세, 바람 빼기 자세 등 원초적인 이름의 동작들인데, 바로 그 동작들을 할 때 내 안에 수많은 공간이 생긴다. 등으로, 척추 사이사이로, 이마와 가슴 사이로 공기가 가득 들어와 바닥에서 얼마쯤 붕 떠 있는 기분이 든다.      




발레는 날고 싶은 사람의 욕망과 염원이 만들어낸 예술이라고 했다. 학창 시절 무용 시간에 배웠던 발레를 떠올면 늘 몸과 몸 사이에 공간을 만들라고 했다. 달걀 쥐고 있는 듯한 모양의  손. 그 안에는 적어도 달걀 하나 만큼의 공간이 필수로 존재한다. 겨드랑이 사이 역시 달걀 하나 정도 들어갈 만큼의 여백을 살짝 띄워 곡선 형태의 팔 모양을 만들곤 했다. 갈비뼈를 조이면서 척추를 들어 올리고 어깨는 아래로 끌어내려 목과 얼굴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바로 서 있는 것이 기본자세였다. 발레리나들의 몸 안에는 이렇게 수많은 공간이 있다. 그 공간으로 바람이 깃들어 비로소 그토록 가볍게 무대를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닐지.     


풍선이 떠 오르기 위해 공기가 필요한 것처럼 가벼워지기 위해서는 공기가 필요하고, 공기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간이 필요하다. 가벼워지기 위해 무언가를 채워 넣을 준비를 해야 한다니 모순이다.       


사람의 마음에도 모순은 여지없이 존재한다. 제철 간장게장처럼 빈틈없이 꽉 찬 번뇌를 지고서 가벼워지고 싶다며 바닥을 치고 한숨을 쉰다. 바닥에서 한 발짝도 뗄 수 없을 만큼의 무게로는 발레를 출 수 없다. 어딘가 틈을 내어 그 사이로 모른 척 흘려버릴 것들을 흘려버린 뒤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공기가 비집고 들어가 나를 두둥실 띄워 올려줄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에 정말 좋아하는 문장이 하나 있다.      


‘마음으로 조금씩 빛과 바람이 통하여, 기뻤다.’     


이 문장을 읽고 비로소 나도 조금씩 환해지는 기분이 들어, 기뻤던 기억이 있다.


빛과 바람이 통하기 위해 나와 당신은 어디를 열어두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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