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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일찌 Dec 11. 2022

창업자들이 하기 쉬운 실수

내 마음 같은 직원을 바랄 거라면

"우리도 전 회사의 후광을 다 버리고 여기서 일하고 있다."

"지금 직원들은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고 있어 열악한 근무 조건에 괘념치 않고 함께하고 있다."

위와 같은 말들은 어떤 상황에 적합한 말일까?

머리를 쥐어짜 봐도 좋은 상황이 떠오르진 않는다. 이건 내가 몇 군데 스타트업의 면접을 보며 들었던 말들이다. 조금 규모가 있는 곳에서는 우리와 핏이 맞는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자질과 경력을 갖췄는지를 우선적으로 보지만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엔 기존 구성원들의 헌신을 강조한다. 왜 그럴까?

면접 자리에서 일부 창업자들은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본인을 포함해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그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지분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애사심이 샘솟는 건 어쩔 수 없겠지.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신생 회사에서 신규 직원을 뽑을 땐 비전 공유가 먼저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으니 당신도 물론 그러고 싶을 거야!' 하는 들뜬 마음으로 임하는 건 문제가 있다.

욕심이다. 일개 직원인 나의 마음조차 훔치지 못하고 오히려 나의 값어치를 먼저 깎으려는 저런 시도를 하는 사람이 투자자들은, 협력사들은 어떻게 설득하겠는가. 아직 함께 한 건 이 면접 자리 하나뿐이지만 나는 벌써 언제쯤 이 대화를 마무리할까 고민하게 된다.

구직자로서 나는 면접을 갈 때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간다. 스타트업이라 공시 정보도 없고, 기사도 얼마 없지만 투자 정보부터 임직원 구성, 손익, BM, C레벨들의 SNS, 경쟁사까지 두루두루 조사한다. 성장이나 방법에 의문이 가는 점들은 직접 가서 질문하며 방향성을 확인한다. 하지만 면접관들의 인성이나 면접 분위기가 아무리 좋았다고 해도, 저런 멘트를 듣고 나면 갑자기 눈앞에 고생길이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대감집 노비도 아니고 가난한 양반집 노비가 될 것 같은 예감.

여기서 반대로 나를 돌아보면

내가 그들의 비전을 충분히 상상하고 공감할 만큼의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던 게 문제였을 수 있다. 불편하고 힘들지라도 나의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스톡옵션을 걸어서 베팅을 해볼 수도 있다.

...

아직까지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런 사업체를 만나진 못한 것 같다. 그만큼 나도 레벨 업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지금 회사를 돌아본다. 이곳에서도 나는 직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오너십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과정을 함께 했다. 그리고 내게 자율성이 주어졌다. 잘 안 풀리는 문제가 '나 때문'일 거라는 생각에 괴로웠던 시간들과 '그럼 내가 해결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공부했던 시간들이 주인의식을 만들어줬다.

결코 대표의 한 두 마디 말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제발, 창업자분들 초면에 자기 사업을 사랑해달라고 요구하지 말아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