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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찌 Dec 13. 2022

스타트업의 가격 전략,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가격은 매출과 이익을 결정한다

"대표님 상세페이지는 다 만들었는데, 가격은 얼마로 해서 올릴까요?"

"음.. 한 12만 원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12만 원은 조금 비싼 느낌이네요. 찾아보니 경쟁사의 비슷한 상품은 10~15만 원대더라고요. 출시 특가로 한 달간 9만 원에 판매해보고, 정상가로 되돌릴지 결정해보면 어떨까요?"

"네, 그렇게 해요."


이 개그 같은 회상씬은 놀랍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사실 이건 명명백백한 나의 경험담이다. 가격 결정이 얼마나 뒤로 밀렸냐면, 소비자의 코 앞에 들이밀기 직전까지 밀렸던 셈이다. 수없이 경쟁사를 들락날락하고, 상세페이지의 소구점을 찾아 헤맸으면서 우리 상품의 차별성과 가치를 숫자로 환산하려는 시도는 마지막에 그저 채워야 할 빈칸 정도의 챌린지로 다가왔던 것이다.


미리 전제를 깔아 두자면, 나는 3050 여성들을 위한 플랫폼 서비스를 만드는 극초기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다.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 공급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뫼셔 와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의 취지에 공감해주는 공급자가 나타날 때면 앞뒤 가리지 않고 함께 팔아볼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세상에 내보이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나 기껏 만들어서 온라인 매대에 올려둔 콘텐츠가 팔리지 않는 일만큼 허망한 사태는 없었다. 우리는 그 원인을 다양한 곳에서 찾곤 했는데, 가격 또한 화살을 피해 가지 못했다.

"우리 유저들에게 가격이 너무 높았을까?"

"너무 낮은 가격이 오히려 기대감을 낮췄을까?"


그 어떤 질문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우리가 가격을 산정한 논리는 오로지 '경쟁사는 이렇게 하더라'(경쟁사 참고 계산법)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다음 우리가 시도했던 가격 설정 방법은 원가 가산 계산법이었다. 플랫폼 업체는 공급자에게 수수료 수익을 취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가진 게 없는 스타트업이다. 우리는 콘텐츠 기획부터 상세페이지 제작, 마케팅까지 모두 대신해주면서도 수수료율을 낮게 쳐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얼마에 몇 개를 팔아야 손익분기점에라도 도달할지를 셈해 가격을 산정했다.


그마저도, 실패.

우리는 드디어 기획 단계에서 소비자들이 느낄 가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라면 얼마에 이걸 샀을까?' 하는 생각조차 위험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핵심 타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웬만한 맘 카페에는 모두 가입해 3050 여성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규명하려 애썼고,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더 뾰족하게 가다듬기 시작했다. 


가격 전략의 고전, <프라이싱>에선 가격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산정한 가격을 고객에게 들이밀 땐 적어도 3가지를 갖추라고 요구한다.

첫째, 고객이 구매를 통해 얻는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라.

둘째, 고객이 지각할 수 있는 품질을 갖춰라.

셋째,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라.


저자 헤르만 지몬은 가격 결정이야말로 기획 단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강조한다. 듣고 나니 세상 옳은 말인데, 어쩌다 나의 현실에선 거꾸로 뒤집혀버렸는지 놀라울 뿐이다.


사업을 한다면 자신이 파는 제품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 고객은 얼마만큼의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그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투함으로써 마침내 경쟁력이 생긴다. 시장 가격이 대강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고, 검색 몇 번이면 비슷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세상임에도 가격은 여전히 중요하다. 가격을 설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것으로 매출과 이익이 상당수 결정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위에 언급한 가격 결정의 방법론은 3가지다.

1. 원가 가산 계산법 (일반적인 제조업, 도소매업에서 많이 쓰임)

2. 경쟁사 참고 계산법 (가격 결정 업무를 외주화 하는 형태)

3. 시장 기반 계산법 (가격 탄력성을 알고 있는 경우에 유효)


스타트업처럼 세상에 없던, 혹은 있지만 조금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경우 2번을 기본으로 하되 적정 가격을 찾아가기 위해 초기 가격은 높게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 경쟁사를 참고하면 가격 결정은 매우 쉬운 일이 되지만 그 회사가 가진 원가 구조, 수요 패턴 등이 같지 않은데 무작정 따라가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2번을 시작으로 하여 가격 탄력성에 대해 확인해 볼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서서히 제 값을 찾아가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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