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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찌 Dec 16. 2022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로 회사의 경쟁력 파악하기

발뮤다 사례를 중심으로

숫자가 싫어 회사를 뛰쳐나온 (전) 경영관리였던 나는 숫자 대신 글로 돈을 벌어보겠다며 콘텐츠 마케터로 이직한 터였다. 만약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의 콘텐츠 담당자였다면 모르겠지만 스타트업은 일당백이 기본값이다. 나는 점점 마케팅 퍼널의 가장 넓은 부분에서부터 좁디좁은 틈새까지 시야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에 소개된 캔버스

마케터로서 나는 내가 팔려는 서비스가 왜 탄생했고, 누구를 위한 것이며, 제작에 어떤 수고로움이 깃들어 있는 것인지 알기 위해 회사의 다양한 면모를 뜯어볼 수밖에 없었다.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이라는 고전적인 책에 소개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BM 초심자인 나에게 아주 명료한 툴을 제공해주었다. 이번엔 우리 회사가 아닌, 일본의 소형 감성 가전 업체인 발뮤다의 사례로 이 캔버스의 유용성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올해 초중순쯤 진행한 기획 스터디에서 발뮤다의 신사업에 대해 다루게 되었고, 나는 흰 종이에 구획을 나눠 자료 조사를 하며 빈칸을 채워나갔다. 지금으로부터는 약간 시점 차이가 있어 조사한 자료가 이미 오래되었으나 숫자보단 전체적인 맥락에 집중해서 봐주시길 바란다.



글씨는 악필이지만..ㅎ

하나씩 풀이해본다.


<가치제안>

회사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상품, 서비스)를 말한다. 발뮤다의 강점은 '방금 오븐에서 갓 구운 것 같이 촉촉한 빵', '여름방학 때 오두막에 누워있으면 불곤 하던 바람' 같이 '좋은 체험'을 재현시켜주는 제품들이다. 그 유명한 토스터기와 그린팬 말이다.


이 회사의 인기 제품은 무엇일까? 21년 연말 대비 22년 1분기 매출 비중의 변화로 살펴보자. 주방 가전이 52%에서 67%로 늘었고, 신사업에 해당하는 휴대폰이 15%에서 4%로 뚝 떨어졌다. 출시 당시 100만 원을 호가하던 휴대폰은 두 달만에 판매 중단과 떨이(?) 판매로 소형 가전 업체를 벗어나려 하던 발뮤다의 염원을 짓밟았다.


<고객관계>

발뮤다는 재구매율이 높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채널>

발뮤다 제품은 일반 도소매 업체나 위탁업체를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고객>

발뮤다의 고객 비중은 일본이 70%가 넘고, 그 뒤를 한국이 20%에 근접하게 따라붙는다. 발뮤다는 북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싶어 한다. (아무래도 일본, 한국 시장은 웬만큼 먹었으니까...)


<핵심자원>

발뮤다는 어떻게 그다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제품군(선풍기, 토스트기, 가습기, 주전자 등)들을 준수한 디자인과 퍼포먼스를 갖춘 라인업으로 가지게 됐을까? 정답은 창업자 테라오 겐에게 있다. 그는 '감각에 특화된 기술적 혁신'의 달인이다. 젊어서 떠난 유럽 여행 때 고생을 겪다 먹은 빵의 맛, 그런 게 시장에 통할 것이라는 믿음과 대단한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그는 훌륭한 대표이자 디자이너, 발명가임에는 틀림없다.


<핵심 활동>

테라오 겐을 주축으로 하여 평균 1.1년 만에 제품을 하나씩 개발해낸다. 그들이 가진 특허는 글로벌 IT 기업에 비하면 크게 대단한 것은 못되나 특유의 '감성'을 살릴 정도는 된다. 발뮤다스러운 제품은 발뮤다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이지 않을까 싶다.


<핵심 파트너>

애플을 사랑한 테라오 겐은 애플처럼 팹리스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발뮤다에게는 무인양품, 교세라와 같은 꽤나 믿음직스러운 파트너들이 함께 해온 역사가 있다.


<수익>

매출은 Y21년 말 기준으로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약 19%로 준수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본 것 같다. 20~21년에 홈카페가 유행하고, 발뮤다가 맘 카페의 핫 아이템으로 떠오를 만큼 한국 시장에서도 성과가 눈에 보이게 좋았으니..

※ Y21년 말 엔화 환율을 1,050원으로 가정하고 대략적으로 환산하면 매출은 1,930억 원 정도이다.


<비용>

Y21년 말 기준으로 3년간 평균치를 개략적으로 뽑아보면 원가가 59%, 판관비 32% 수준이다. 영업이익이 9%니 나쁘진 않다.

※ 같은 년도 영업이익 : 삼성전자(연결) 12%, 쿠쿠 16%


임직원은 약 150명 언더로 보고되어 있는데, 인당 생산성이 12.9억이니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신사업이다. 대표인 테라오 겐은 발뮤다가 이젠 미래 차, 디지털 키, IT, AV와 같은 넥스트 기술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런데 그 야심 찬 첫 발을 못생긴 스마트폰으로 내디뎌 버린 것. LG도 폰을 접는 마당에 발뮤다는 자신들만의 감성이 IT에도 통할 것이라 생각했을까? 그러기엔 개발 인력부터가 너무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다.

- 가전 중에서도 프리미엄을 외치는 다이슨은 임직원 1.1만 명 중 5.8천 명이 개발자다.

- 애플은 전체 임직원 수만 16만 명이다.

- 삼성전자의 전체 임직원 수는 32만 명이다.

- 다시 한번, 발뮤다는 150명이다.


이렇게 정리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보고 있자면, 기업의 강점과 약점이 드러난다. 내 눈엔 발뮤다의 캔버스에서 강조할 곳은 딱 한 군데밖에 보이지 않는다. <핵심자원> 테라오 겐.


발뮤다의 모든 감성이 그에게서 나오고 실현됐다. 아직까지는. 하지만 테라오 겐이 없다면 발뮤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까? 색다른 감성 가전을 출시해 사람들의 마음을 또 한번 뺏을 수 있을까? 그러기엔 우리는 테라오 겐의 인생이 묻어난 제품들에 이미 너무 취해있는 것 같다.


스티브 잡스가 죽고 나서 아이폰의 혁신도 함께 사라졌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아이폰만 한 스마트폰이 없기 때문에 점유율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발뮤다의 경우는 어떨까? 소형 가전들도 디자인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고, 발뮤다의 기술은 쉽게 카피가 가능하다. 테라오 겐도 그 한계를 알기 때문에 발뮤다 v2를 꿈꾸는 걸까?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가 완벽하게 한 기업과 사업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여기에 반영되지 못하는 요소도 차고 넘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캔버스 하나를 완성하고 나면, 이 기업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상태에서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구조가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이 구조를 어떻게 지켜나가고 있는지 등 외부인으로서는 나름 진지한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BM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다면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은 가볍게 한 번 읽어보고 직접 사용을 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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