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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찌 Feb 01. 2023

내가 스타트업 주니어로서 얻은 것

고통을 대하는 자세

내 첫 회사는 꽤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오래된 기업이기도 해서 입사했을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기뻐하시던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임직원은 8백여 명 가량. 나는 경영 업무 중에서도 아주 작은 부분을 할당받았고, 그나마도 막내 신분인 덕에 별다른 책임이나 권한 없이 수행했었다. 경영, 경제에 밑천이 없던 터라 나의 적응 기간은 꽤 오래도 걸렸고, 3년 차가 되어서는 이미 루틴한 업무에 지겨움을 느끼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첫 회사를 나온 후 내가 자리를 잡은 곳은 우연찮게도 초기 스타트업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2년을 막 보낸 참인데, 지난 회사에 비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뭐랄까, 평범하게 대학교까지 나와서 네임드 회사에 들어가 톱니바퀴의 하나가 되는 그 과정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어떤 위기를 극복한 서사로 묶일 수는 없다. 나는 어려움을 모르고 커서 아주 작은 돌부리에도 쉽게 넘어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평탄하기 그지없는 길에서도 불만을 찾아냈고, 기어이 넘어지고 말았다. 모두가 말리는 퇴사를 감행한 것 역시 억지로 넘어져 우는 모양새를 벗어나지 못했다.


스타트업에 오고 나서, 진짜 위기랄 것을 겪어보게 됐다. 회사 일과 더불어 집안일이 함께 문제를 일의면서 후회, 원망, 자책 속에 몇 개월을 허우적댔다. 동시에 어떻게든 타개할 방법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쳤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면, 내가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 고통의 시간 동안 나는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여유를 갖고 그 시간을 돌아본다. 나는 내가 처음으로 만난 스타트업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다음 스타트업으로 넘어간다. 여러 스타트업 관련 책을 읽으며 휴가를 맞이한 지금, '어떻게 하면 탁월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다시 나에게 답한다. '고통을 마주하고 해결하면 돼.'


인생이 굉장히 합리적이고 편해지는 순간이다. 나는 스타트업에 와서 고통을 다루는 방법을 깨달았다. 그전까지는 고통이 나의 몫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세상이 이 모양이라서, 조직이 너무 낡아빠져서, 경제가 좋지 않아서, 나의 학력이 좋지 않아서, 나는 일개 직원이라서와 같은 이유로 내가 고통을 당했다고 생각하며 화를 냈다.


하지만 아픔은 그런 식으로 설명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도적인 마음을 가질 때, 나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드씽>에서 벤 호로위츠는 말한다. CEO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그 방법을 찾고 해내야 하는 사람이라고.


전에는 몰랐다. 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조차 말이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니 내가 힘쓸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인생을 운영하는 CEO로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할지 방향성이 잡혔다. 문제를 나의 것으로 수용하고 어떻게든 해결한다. 그럼으로써 생존하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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