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인의 영화 노트
25.05.15
백만엔걸스즈코
타나다 유키 감독 / 2008 / 일본
동생에게 쓴 편지가 좋아서 옮겨 적었다.
/나를 좀 더 강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어
가장 중요한 건 말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어
얌전하게 될 수 있는 한 거짓 웃음을 짓고 있으면
트러블 없이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어느샌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관계가
돼 버리는 건 불행한 일이야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
그 헤어짐이 두려우니까 무리를 하고 있었어
그렇지만 만나기 위해 헤어지는 것이란 걸 방금 깨달았어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도망쳐왔지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자기 다리로 일어서서 살아가려고 해
타쿠야에게 용기를 얻었어
고마워
스즈코
“가장 중요한 건 말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어.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
그 헤어짐이 두려우니까 무리를 하고 있었어.
그렇지만 만나기 위해 헤어지는 것이란 걸 방금 깨달았어.”
영화 속 스즈코가 동생에게 전한 이 편지는, 담담하지만 뼈 깊이 파고든다.
스즈코는 누군가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말하지 않는’ 삶을 선택했다.
말하지 않으면 트러블도, 상처도 없을 것이라 믿었지만, 결국 그 선택은 자신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는 걸 깨닫게 된다.
<백만엔걸 스즈코>는 말보다 행동으로 감정을 보여주는 인물의 서사와 함께,
고요한 화면 구성과 절제된 연출이 눈에 띄는 영화다.
스즈코는 마치 씬 안에서 ‘배경’처럼 존재한다.
감독 타나다 유키는 넓고 평면적인 구도를 자주 활용하며,
스즈코를 프레임 속 어디쯤에 조용히 두는 방식으로 인물의 고립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프로덕션 디자인과 미장센은 스즈코의 내면을 조용히 비추는 거울이 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건, 때로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남들보다 더 먼 사이로 만들기도 한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며 합리화하며 '지금' 뱉어야 할 말을
매번 꿀꺽 삼켜버린 말들이 떠올랐다. 그저 두려웠던 것이 아닐까.
부딪히더라도 나를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영화를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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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어떤 관계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저 두려웠던 것이다.
가까워지기 위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건
오히려 남들보다 더 먼 사이를 만드는 게 아닐까.
지금 뱉어야 할 말을 한번 꿀꺽 삼키고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며 합리화하는 나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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