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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SS Sep 21. 2016

詩 이름 없는 모든 것들

사는게 뭐라고 160921




이름을 붙여주자고 저 무인도에게도

우리처럼 이름을 붙여주자고 사람들이 말했어

이름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제목 없는 소설이 어디 있냐고 


마침표를 찍지 못한 문장들이 떠오른다

파도를 타고 그 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섬들은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아,라고

나는 사람들에게 말했어

사람들은 어떤 이름이 좋을지 입을 열었어

아무래도 나는

이름 없는 섬들에게는

이름이 필요가 없을 거라고 말했어


이 세상에 이름 붙일 수 없는 기억들과

정리되지 못한 숱한 옷가지들

다 마시지 못한 술잔들

아무리 닦아도 닦여지지 않는 핏자국들

그런 것들은 자신들을 치워달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아마 그 섬들은 조만간 이름이 생길 것이고

나는 그 이름에는 관심이 영 생기지 않을 것 같다

그 이름은 파도를 타고 사람들의 입을 건너

결코 섬에 닿지 못한 채

배 위에서 갈매기들의

놀림거리나

될 모양이다




-(黑愛, 이름 없는 모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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