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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SS Oct 01. 2016

詩 전시장을 나오며

사는게 뭐라고 161001 단국대 문예창작과 실기고사 출품




어떤 철조각은 

비좁은 전시장 한 켠을

답답해한다


어떤 그림은

먼지와 오물로 뒤덮인 화가의 침실에서

탈출한 현재를

즐긴다


어떤 건축물은

잘 차려입은 여자들의 사진 속

주인공이 되어 우쭐해한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누가 너를 만들었니

혹시 너는 별 이유 없이 태어나지는 않았니

사랑받지 못하고 묻힌 네 친구들은 어디에 있니

너를 만든 사람이 그립지는 않니

너는 살아있니 죽어있니


젊은이는 작가가 내건 청춘의 순간들에게 

묻는다 청춘은

정말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전시장을 나와

밤 한가운데를 지나 바닥에 누워 초를 켠다, 익숙한 몸짓으로


무수한 밤을 거부한 이 부정한 손으로

나는 오늘 얼마나 자주 그리고 쉽게 셔터를 눌렀던가

불멸의 기록을 주머니에 넣고

예술이란 무엇일까 답이 없는 물음표들을 허공에 내동댕이쳤던가


나는

나의 불안을 문장에 담아, 결국

시 안에 가두었다


분명히 더 좋은 표현이 있을 텐데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어


생각이 생각을 낳고

문득 나의 가난한 촛불이 아내의 잠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시를 쓰고 싶어

내 눈과 입의 오염이 닿을 수 없는 곳

하늘과 바람과 땅 그 生을 온전히


生의 살들을 잘라내며 쓴 문장들이

벽을 두드린다

전시장을 나오며 품을 단정히 했던 것처럼

나는 오늘도 

슬픈 한계에 도취하여

지붕에 떨어지기 시작한

은행나무의 놀이를 구경한다.





-(장 현, 전시장을 나오며)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실기고사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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