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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SS Oct 07. 2016

詩 뱉고 삼켰던 것들

사는게 뭐라고 161006




침을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떨어뜨린다


침은 하나로 예쁘게

자리하기도 하지만

두세 개로 나뉘어

물방울로 보이기도 한다


하나로는 

부족하니까

혼자서는 

외로울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그래서

,

자식을 낳는 것일까

친구를 만드는 것일까

이미 하나의 몸 안에 그것들의 운명이

다 들어있었던 것일까

내 입 안에 그런 자궁이 있는 걸까

그래도 되는 걸까


그렇게 발 가까이에

내가 뱉은 침을

반만 뜬 눈으로 쳐다보는 사이,

새 한 마리가 둥지 짓기에 필요한

나무껍질들을 

성실하게

물어다 나르고 있다


간지럽히던 추위에 한번 놀라고

바람의 방향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결국 바람은 그냥 바람이 아니던가, 했던 지난날의

형편없음을 사죄한다

나는 

또다시 찾아온 계절의 틈 사이에서

침을 뱉었고

다음을 준비하며 침을 삼켰다.




-(黑愛, 뱉고 삼켰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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