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뭐라고 03.25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ㅡ 만(滿)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ㅡ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윤동주,1948 참회록)
요 몇일동안 일을 쉬었더니
열감기처럼 번뇌와 집착이 찾아와
내 얼굴에 미소를 빼앗아갔다
핑계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왜 나는 그리도 집착했을까 그 질문에.
"산다는건 무엇일까요?"
질문을 멈추지 않는한 계속 살아가게 되겠지
그런데 왜 나는 그 질문의 위치를
살아가는 것 위(上)에 두었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내 시간들에게 미안해지는 밤이다
그리고 피아노가 치고 싶어지는 밤이다
나라는 집착
나는 오늘도 이 감기에서 벗어날 즈음에
한장의 참회록을 썼다
이제 그만하고 책이나 읽다가 자야겠다
좋은 밤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03.25
글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