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뭐라고 04.04
이 밤 내 어깨를 누르는
고독의 무게를 나는 모른다
너는 너의 고독의 무게를 아느냐
삶은 모르는 것들 투성이어서
담뱃갑은 계속해서 가벼워진다
그래도 피아노는 계속해서 치고 싶어
그의 목소리와 그녀의 연주를 반복해서 듣고
나는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을 꿈꾼다
사랑하는 것들을 적어보자
23년을 살면서 삶은 내게 무엇을 가르쳐주었나
허무와 외로움 고독 슬픔 사랑 배고픔
밥을 먹는다
몇 숟가락 들다 말고
앞에 계신 내 어머니와 아버지를 쳐다본다
아 참 맛있게 먹는다
그들 입에 들어가는 밥이며 반찬이며
뭐하나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로 하여금 밥숟가락 들게 하는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리는 왜 밥을 먹는 걸까
왜 어김없이 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또 내일이 오는 걸까
나는 왜 사는 걸까
무엇을 바라고 이렇게 또 사랑해버린 걸까
차라리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하늘도 바람도 별도 시도
모두 몰랐더라면
이 고독의 무게가 덜 느껴졌을까
그래도 피아노는 계속해서 치고 싶어
연주는 끊이지를 않는다
그의 목소리와 그녀의 연주는
잘 들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속 켜둔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것들과 창피한 것들이
내 목을 졸라 온다
그래도 숨 쉴 구멍은 남겨두어
이렇게 숨 쉬며 백지 위에 부끄러움을 흘리는 짓을 보면
참 좋은 세상이구나
손과 발을 깨끗이 씻어본다
아무리 씻어봐도 개운치가 못하다
문제는 무기력이다
극단적 허무주의자가 되어
스스로를 호흡곤란 상태로 만들어본다
이렇게 죽어버리고 다시 태어난다면
그것도 꽤 나쁘지는 않겠다
살아갈 만큼만
잊혀질 만큼만
괜찮을 만큼만
아파한 것이 부끄러웠다
그것이 삶의 묘미이고 본질임을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된다
일생에 한 번은
내스스로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감정과 감성으로 하루를 보내보고 싶다
그 끝이 파멸이라 하더라도
그 완전한 공(公)의 상태에서
훨훨 날아보고 싶다
글자 하나 읽을 힘도 없지만, 계속 숨 쉬며 살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