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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뭐라고
詩_ 엄마, 나야
사는게 뭐라고 04.11
by
SHaSS
Apr 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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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거라곤 부끄러워하는 일뿐이다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어떤 말도
가벼이 하지 못해서
아이들과 희생자들의 이름만 수없이 되뇌인다
'아이들은 인제 우리 안 만나줘요'
하늘에는 벚꽃이 떨어지는데
청문회에서는 진실 한토막 떨어지기가 어렵다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
국민이 죽었는데 국가는 모른단다
나의 아들과 딸을 내가 죽였다
내가 가만히 있었기에
행동하지 않았기에 부족했기에
이 사회는 여기까지 왔다
이제 그만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거라곤 부끄러워하는 일뿐이다
이제 그만 잊어야 하는데
밥도 먹고 잠도 자고 깨끗이 씻어야 하는데
헉헉대며 나오지 않는 눈물을 훔친다
도망칠 곳이 없어 힘이 든다
밤하늘은 검은색인데
세상 모든 눈이 시퍼렇게 나를 쳐다본다
다 귀찮아질 때면
또 허무해질 때면
금세 식어버리겠지 이 봄처럼
몸을 닦고 밥을 먹는다
또 내일이 오겠지
2년이 지났다 아이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누군가에겐 흐르지 못한 시간이기도 하다
누군가 이 슬픔을 반으로 접어
서랍에 조용히 넣어주면
나는 잠을 잘 수 있을까
사회란 무엇이고
국가란 무엇인지에 대해선
무식함이 가득하다
내게 오직 중요한 건
이 땅 위에서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이
다치고 아프고 버려졌다는 목격뿐이다
왜 너는 가만히 있느냐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너는 왜 모른 척하느냐고
스스로를 채찍질해보지만
달라지는 내모습은 찾기 힘들다
우리 모두 세월호이면서
세월호의 가해자이면서
준영이의 엄마이다
마지막 문자에는
엄.마. 두 글자만 껌뻑이고 있었단다
엄.마.
0416
산다는 것이
점점 더 부끄러워지는 일로 가득해서
걱정입니다.
-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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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청문회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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