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덧없는 것들이 신을 명상하기 위해 내게 주어진 시간을
빼앗아 갔습니다... 하늘로 오를 수 있는 길은 반으로 줄었으며,
이 반만 남은 길을 오르기 위해서라도 주여,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내가 사랑하고 찬미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증오하게 해주소서."
_ 미켈란젤로 (1475~1564)
"Pieta(자비를 베푸소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르네상스 1498년 ~ 1499년 (당시 나이 24세)
174x195 cm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머리를 박박 문질러 감는다
혀끝까지 삼킬 기세로 양치질을 한다
그렇게 하면 조금 삶이 개운해지려나
서걱서걱 소가 무를 씹듯이
소화되지 않는 저녁밥을 다 먹으면
오늘 하루도 끝이 난다
그는 승마와 서핑을 즐기며 살기를
그녀는 노년에 귀농 생활을
그는 자기 직업의 비전을
그녀는 가족과 함께하는 공원산책을
그들은 각자 자신의 소망,계획,목표 뭐 이런 것들을
주머니에서 꺼낸다
원형 책상에서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자신은 늙어서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24세의 미켈란젤로를 그들에게 들려주자
또 온갖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신이 빚고 그리고 버렸던 모든 아름다움을
증오하게 해달라니 그건 무슨 소린가
그에게도 삶은 무거웠던 게 아닐까
따지고 보면 그때 그 문장을 읽은 이후로
외롭지 않은 날이 단 하루라도 있었던가
달의 모양이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게
보이면서 담배를 태우는 동안에도
삶이 떨어지는 담뱃재만큼 가벼웠던 적이
단 하루라도 있었냔 말이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삶은
매몰차게 냉수를 끼얹는다
외면하면서 살아보지만 그조차도 버겁다
답이 없는 질문에 허상뿐인
답안지 속 글자들이 나를 쳐다본다
두려워,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친숙한
이 씁쓸함 앞에 노련한 짐승은
담배 한 대의 여유가 생겼다
이따위 삶, 그게 뭐라고
이리도 애를 쓰느냐
너는 마음 내키는 대로 울고 웃고
마음껏 표현하면서 살아라
내가 사랑한 문장들이 어머니 아버지가 되어
꿈속에 나타난다
이 익숙한 건조함은 이제
내게 무얼 해줄 수 있을까
헤어지고 싶을 때는 이미 바닥을 보인 거라고
너는 말했잖아 자존심 상하게 이게 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나는 굿나잇 인사로 하늘에게
거울 속 초라한 자신에게
조금 눅눅해진 먹다 남은 식빵에게
맛없는 담배에게
그리고 우리 앞의 생(生)에게
오늘 하루도 잘 살다가 간다고
말하련다
"Pieta"
(자비를 베푸소서)
사는게 뭐라고
04.28
-글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