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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뭐라고
Break Time
사는게 뭐라고 05.06
by
SHaSS
May 6. 2016
여행을 떠났습니다,아니,
그냥 멀리 떠나는 순간이 필요했다,가 좋겠네
네가 말한대로 재미있는 여행보다는
회색빛 하늘과 바다의 변덕이 주는
남녀가 뒹구는 상상만
나는 계속 품는다 더럽다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지금 이곳은 하얀 안개로 가득하다
계속 배를 채우고 군것질을 했고
영화 한 편 한 문장까지 건졌는데
외롭다
고작 하룻밤 보냈을 뿐인데
파도소리는 지겹지 않다
서해는 아직 바람이 추워
발이 시려웠는데 그래도 한번
들어가봤지, 아이고 깜짝 놀랐네
나는 작은 민박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다
딱 네 사이즈의 의자를 우진이가
만들었고 이수 너는 그사람 얼굴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울었다, 뷰티 인사이드
이건 딱 네 사이즈네, 딱 네 사이즈
그 마음이란 얼마나 예쁘고 깨지기 쉬운 것일까
철저하게 혼자 있고 싶다
여행을 떠나니 말을 별로 안하게 된다
몇문장을 적는 지금, 언어란 이렇게
소중한 것이로구나
잠이 그렇게 오더라, 자도 자도
더 자고 싶어져 이 금같은 시간에
이런 나, 바보같을까
내 손가락 끝이 집을 그리워한다
특히 왼손 엄지손가락이 아프다
또 신발을 신고 바다를 보러 나간다
그래, 난 멀리 이곳까지 와서
하는거라곤 자고 먹고 걷고 듣고
책읽고 태우고 짧게 쓰거나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지 않은
바다를 장식하는 하얀 파도를 본다
글자들을 적으니
마음이 이상하게 너그러워진다
여기까지 와서 난 뭐하는거지
뭐 그런 잡념들마저도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바다처럼 잠잠해진다
나 글쓰는 걸 좋아하나봐
글을 잘 쓴다는 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잘, 쓴다, 문학 앞에 이런 표현이
어울리는가 그것도 모르겠다
내가 마시고 뱉었던 숨들이
바람이 되어 내 이마를 때린다
아 조금 있다가 또 나가야지
오늘밤이 마지막이니까
사는게 뭐라고
05.06
생일 축하해
-글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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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하늘과바다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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