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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뭐라고
日記
사는게 뭐라고 05.12
by
SHaSS
May 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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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엔 이상하게
앉아서 양치질을 한다
글이 쓰고 싶어, 풍선 터지듯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펜을 든다
정신없이 허기를 채우고
발과 얼굴을 씻으면
마지막 남은 하루의 조각이
쓸쓸히 글로 채워진다
아침을 맞이하는 일은
늘 설레고
밤을 마주하는 일은
늘 쓸쓸하다
밥과 함께 허무함도 먹어버린다
외로움도 먹어버린다
맛있게 먹어버린다
어떤 슬픔도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날은 손에 꼽는다
그래서 아주 가벼운 날이다
가벼이 하루를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는 날이다
상처받지 않은 날도 있는 것이다
그런 날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오후 2시 35분에 숲 속을
산책하는 일은 완벽하지,
나뭇잎 하나하나 숨구멍들이
나를 뱉어낸다
손에는 허브티가 쥐어져 있고
잔디가 깔린 초등학교에는
축구경기가 한창이다
이런 날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아무것도 느끼지 않기로 한 날
밥을 맛있게 먹고,아니
그냥 밥을 먹었다기보다는,
밥알 하나하나를 느끼면서
집중한 시간
그런 날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네가 보고 싶지 않은 날
우리 사이에 큰 강이 있지만
오늘은 그 강을 건너지 않고서도
너의 숨결이 조용히 들리는 날
책을 가볍게 펼치고
가볍게 닫을 수 있는 날
하늘의 시퍼런 달이
평범하게 보이는 그런 날
누군가는 글쓰기가 어렵다고 했지만
어려울 게 뭐 있어 그냥 쓰면 되지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날
그런 날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선택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기에
너무 고민하기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너무
내게 가까이 있다는 것
그런 위험한 날도 있는 것이다
피곤하지 않은 날
외롭지 않은 날,아니
외로움이 들어올 틈이 없는 날
그런 평온한 날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깨끗이 비운 맥주잔처럼 가벼워진 밤, 그런 날
사는게 뭐라고
05.12
좋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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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행복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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