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첫 성묘를 다녀온 다음주, 너는 코로나에 걸렸다. 정부가 엔데믹을 선언한 날이었다.
학교에서 점심을 조금 먹고 열이 오른 너는 간호실 선생님을 찾아갔고, 선생님은 너를 귀가조치 시켰다. 할머니와 함께 찾은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나 양성이야?" 펑펑 울었다 들었다.
회사에서 돌아오니 오니 너는 노곤한듯 깊이 잠들어 있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작년 3월 첫 코로나 확진때는 나 때문에 너와 엄마까지 걸려 내내 미안한 마음뿐이었는데, 네가 걸려 왔다니 이상하게도 다행이다 싶었다. (아픈데 미안 ㅎㅎ)
#동생톡
잠에서 깬 너는 식탁에서 내게 물었다.
아빠는 결혼하기 전에 아이 몇 명 가지고 싶었어?
세 명
왜?
아빠 친한 사촌이 삼남매였는데 그게 부러웠던거 같아
세 명이면 형제로 아니면 자매로?
아 어떻게든 상관없어
에이 그래도 첫째는 딸이지
그래, 그럼 딸 아들 딸 이렇게?
딸 딸 아들이 좋겠다. 내 친구들 중에 그런 애가 있어
최근 몇 년간 너는 동생을 만들어 달라고 말하곤 했는데, 오늘은 꽤나 디테일하게 들어왔다. 그러더니만
아빠, 아빠도 아기 가질수 있어
엥?
내가 알려줄께. 15가지만 하면 아기 가질 수 있어. 첫째 담배 안피고, 둘째 술 안마시고, 셋째 맥주 안마시고, 넷째 소주 안마시고 ... 패스트푸드 안먹고, 야채 많이 먹고, 과일 많이 먹고 ... 나쁜 말 안하고, 운동하고
음... 그럼 너도 가질 수 있겠네?
난 벌써 7개나 하고 있어
ㅠㅠ
이 대화가 이틀간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녀석은 정말 동생이 있었으면 하나 싶기도 하고. 그런 발상을 한게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을까 싶기도 했다. 셋째 날 저녁, 네 방에서 네게 물었다.
아이 갖는 15개 규칙이 뭐였지?
뭐였더라...
그거 네가 지어낸거야?아님 누구한테 들은거야?
들었어. 나한테 들었어
ㅠㅠ
코로나가 옮았나?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