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를 치우며 네 등을 두드리는데, 너는 창 밖을 보며 말했다. 학교 창가에 왠 고양이? 창가로 가서 살펴보니 부엉이였다.
부엉이다 부엉이. 세상에
아냐 올빼미야. 귀가 고양이처럼 쫑끗 올라오면 올빼미야
그래? 나 올빼미는 처음 봐. 동물원 밖에서는
나도
토요일 아침 7시. 올빼미는 너의 학교 창문틀에 앉아 있었다. 우리와 같은 층에. 처음엔 신기했다. 하지만 병원에 다녀와 급성장염 약을 먹고도 한 시간마다 노란 위액을 토해내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왜 뭔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나란히 있는거지?싶었다.
저녁 8시가 넘어가면서 다행히도 구토는 멈췄다. 킹더랜드를 챙겨보던 너는 잠이 들었다. 자정이 되자 맥주 한캔이 간절했지만 너는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지켜보자했는데 그 순간 네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뒤척였고 까만 팬티가 보였다. 설사였다. 반가운 설사였다. 이제 아래로 넘어갔구나 좋게 생각하며 너를 깨웠다.
잠깐 화장실 갈까?
응
괜찮아 잘 했어. 다 싸버려. 근데 무슨 꿈 꾸면서 웃었어?
탕후루 먹는 꿈
그래서 그렇게 행복하게 웃었구나. ㅠㅠ맛있게 먹었는데 장염이라 다 싸버리고 말았구나. 정직한 녀석. 너를 다시 눕히고 창밖을 살폈는데, 올빼미가 없었다. 신기했다.
3 연속 설사와 함께 체온은 잡혔고 너는 마법 화장지를 붙이고 잠이 들었다. 똥팬티 네 장 손빨래를 마치고 결국 한 캔 깠다. 꿀땅콩을 들고간 야박한 아내를 생각하며
#아빠몬
다음 날 아침, 올빼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한 층 위였다. 뭐지? 싶었다. 컨디션이 회복된 너는 말했다.
아빠, 목 말라
이제 좋아보이는데~ 네가 갖다먹어
가라 아빠몬!
[-ㅁ-]
밤새 극적으로 회복한 너는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모든 장염 환자가 그러하듯 너 역시 음식 위시리스트를 작성했다.
1박2일을 보고 한 바탕 웃은 우리는 창 밖의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었다. 달빛 아래 올빼미에게도 눈인사를.
다음 날 일어나니 올빼미는 없었다.
대신 여행에서 돌아온 엄마가 있었다.
별안간 올빼미 클럽을 떠올렸다.
엄마가 여행을 간 사이, 아픈 아이를 주말 내내 간호한 아빠들의 슬픈 에테르가. 언젠가, 그 날 올빼미를 봤냐고 나도 봤다고, 아이가 아팠냐고 우리 아이도 아팠다고, 이불은 몇 장 빨았냐고 난 네 장 빨았더고, 그런데 엄마는 없었냐고 우리 집도 여행을 갔었더랬드락꺼우~~~~~ 소란하게 술 마실 그 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