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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Jul 04. 2023

올빼미 아빠몬


#올빼미


아빠, 우웩우웩욱우욱엑엑

괜찮아? 체했나보다. 괜찮아 괜찮아

...... 아빠, 저기 고양이 있다

고양이?


토를 치우며 네 등을 두드리는데, 너는 창 밖을 보며 말했다. 학교 창가에 왠 고양이? 창가로 가서 살펴보니 부엉이였다.


부엉이다 부엉이. 세상에

아냐 올빼미야. 귀가 고양이처럼 쫑끗 올라오면 올빼미야

그래? 나 올빼미는 처음 봐. 동물원 밖에서는

나도


토요일 아침 7시. 올빼미는 너의 학교 창문틀에 앉아 있었다. 우리와 같은 . 처음엔 신기했다. 하지만 병원에 다녀와 급성장염 약을 먹고도 한 시간마다 노란 위액을 토해내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왜 뭔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나란히 있는거지? 싶었다.


저녁 8시가 넘어가면서 다행히도 구토는 멈췄다. 킹더랜드를 챙겨보던 너는 잠이 들었다. 자정이 되자 맥주 한캔이 간절했지만 너는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지켜보자했는데 그 순간 네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뒤척였고 까만 팬티가 보였다. 설사였다. 반가운 설사였다. 이제 아래로 넘어갔구나 좋게 생각하며 너를 깨웠다.


잠깐 화장실 갈까?

괜찮아 잘 했어. 다 싸버려. 근데 무슨 꿈 꾸면서 웃었어?

탕후루 먹는 꿈


그래서 그렇게 행복하게 웃었구나. ㅠㅠ 맛있게 먹었는데 장염이라 다 싸버리고 말았구나. 정직한 녀석. 너를 다시 눕히고 창밖을 살폈는데, 올빼미가 없었다. 신기했다.


3 연속 설사와 함께 체온은 잡혔고 너는 마법 화장지를 붙이고 잠이 들었다. 똥팬티 네 장 손빨래를 마치고 결국 한 캔 깠다. 꿀땅콩을 들고간 야박한 아내를 생각하며



#아빠몬


다음 날 아침, 올빼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한 층 위였다. 뭐지? 싶었다. 컨디션이 회복된 너는 말했다.


아빠, 목 말라

이제 좋아보이는데~ 네가 갖다먹어

가라 아빠몬!

[-ㅁ-]


밤새 극적으로 회복한 너는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모든 장염 환자가 그러하듯 너 역시 음식 위시리스트를 작성했다.


단호박죽

꿀떡

송편

탕후루

라면

과일

초콜릿

아이스크림


일단 흰죽. 고모 레시피로 흰죽을 쑤어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 위아래 신호가 없자 점심엔 단호박죽에 도전. 위시리스트 첫줄을 지우던 너의 행복한 미소란. 저녁엔 단호박죽에, 흰죽을 디저트로 먹었다.


1박2일을 보고 한 바탕 웃은 우리는 창 밖의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었다. 달빛 아래 올빼미에게도 눈인사를.


다음 날 일어나니 올빼미는 없었다.

대신 여행에서 돌아온 엄마가 있었다.





별안간 올빼미 클럽을 떠올렸다.


엄마가 여행을 간 사이, 아픈 아이를 주말 내내 간호한 아빠들의 슬픈 에테르가. 언젠가, 그 날 올빼미를 봤냐고 나도 봤다고, 아이가 아팠냐고 우리 아이도 아팠다고, 이불은 몇 장 빨았냐고 난 네 장 빨았더고, 그런데 엄마는 없었냐고 우리 집도 여행을 갔었더랬드락꺼우~~~~~ 소란하게 술 마실 그 날을, 고대한다.


올빼미 아빠몬 임무끝!



이불, 수건, 속옷... 빨래 빨래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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