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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Jul 18. 2019

꽁치야, 다 니 덕이다


결혼하고 독립한지도 어언 10년이 넘었건만 '집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꽁치조림이다.


할머니(전라도 손맛)에서 엄마(충청도 입맛)로 넘어오면서 우리 집은 많은 기술을 잃었다. 바람떡, 약과, 김치, 된장 등등 한국인의 밥상이라 부를 수 있는 대명사들과 줄줄이 이별했다.


하지만 한층 레벨업 한 음식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녀석들이 조림류였다.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닭도리탕, (카레, 사골) ... 그 중에서 꽁치조림은 엄마의 페이보릿이었다. 다른 생선과 달리 꽁치는 졸일 수록 연하고 부드러워졌기 때문이었다.


꽁치조림이 가스렌지에 올라가자마자 엄마는 늘 어디로 전화를 걸었다. 워킹맘으로서 동료들에게, 맏며느리로서 친지들에게, 또 친구들은 왜 그렇게 많으신지. "또 전화네 전화야", "엄마 꽁치 끓어!!" ... 우리는 늘 엄마에게 잔소리를 쏘아 붙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는 그녀만의 비밀레시피가 있기라도 한다듯 최소 1시간반은 끓였다.


맛있었던 꽁치조림이 지겨워지는 시간 동안 우리집에도 많은 변화가 따랐다. 엄마는 사회적으로 정점까지 올랐고, 우리는 은행집이 아닌 우리집을 가졌으며, 우리들은 모두 무사히 독립하고 가정을 꾸렸다.


꽁치조림이 그리워지지만 아직 꽁치조림을 직접 해먹지는 않는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 또다시 엄마(충청도 손맛)에서 아내(경기도 입맛)로 넘어오며 꽁치조림을 잃게 될 수도 있겠지만 딸아이는 엄마의 어떤 요리를 집밥으로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나로써는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그게 엄마의 집밥이 아닐까 싶다.


고마웠어 엄마.


고마웠다 꽁치야. 다 니 덕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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