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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Nov 23. 2019

세 번째 동료, 케냐 거버넌스 책임자

거버넌스


극동의 분단국가에서 인도주의 활동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외로운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행사를 만들고, 행사에 참여한다. 멋진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그 중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행사가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세계기아리포트'다. 그리고 올해 뜻밖의 세 번째 해외동료를 얻었다.


그녀의 이름은 벨딘 아티에노. 케냐사무소에서 애드보커시와 거버넌스를 책임지는 시니어 매니저다. 처음에는 그녀의 포지션이 탐탁치 않았다. 현장 이야기를 하려면 사업 담당자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월에 그녀의 발표 방향을 듣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거버넌스로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행사 당일, 그녀의 발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2019 세계기아리포트 연사, 벨딘 아티에노


행사 다음 날, 비행기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저녁을 먹었다. 출국전 저녁은 여러모로 1:1로 깊은 대화를 나누기 좋은 타이밍이다. 숙제는 마쳤고 며칠 밤의 인연으로 서울과의 작별이 너무나도 아쉬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ㅎ


거버넌스 업무에 대해 물었다. 벨딘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무소에서 거버넌스 포지션은 케냐사무소 밖에 없다고 했다. (아시아나 중동을 통틀어도 유일무이하다.)


그 이유로 그녀는 몇 가지를 들었다. 케냐는 2010년 신헌법 채택 이후 좋은 정책을 많이 도입했고, 동아프리카기구(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르완다, 부룬디) 창설 주도국으로 정책 연대를 하며,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고 투자하는 아프리카 국가라는 것 등등. 하지만 그 밖에도 케냐사무소장과 벨딘의 역량이 남다르리라 짐작했다. (본부에서도 여러모로 투자를 하고 있었다 ^^)


거버넌스 업무는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고 커뮤니티, 커뮤니케이션, 애드보커시 업무와 함께 움직인다고 했다. 때문에 대화 상대만 다를 뿐 사실상 커뮤니케이션과 업무가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거버넌스 담당자는 동아프리카와 케냐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공조하고, 국제NGO와 전문기구들과 협업하며, 커뮤니티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를 정책으로 발전시킨다. 다행히 케냐 정부는 주요 트렌드와 정보를 수집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국제NGO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는 편이라고 했다. 그녀 또한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공공정책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감자칩이 바닥을 드러내고 시트론 티가 식었지만 이야기는 이어졌다. 가족사, 42개 커뮤니티, 대선과 2017년 연정, 수단 거리시위와 2022년 대선의 향방까지. 예정된 시간을 조금 넘겨 레스토랑을 나와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이야기는 '연대' 화두로 나아갔다. 그러다 문득 나는 케냐에서 인도주의 단체에서 일하는 것은 외롭지 않냐고 물었다. 합정역 밤거리를 둘러보며 한국에서 인도주의 활동가로 살아가는 일은 꽤 외로운 일이라 덧붙였다. 그 때 마침 6002 버스가 왔다.


우리는 대답 대신 포옹으로 작별했다. 떠나는 버스를 바라보며 참 멍청한 마지막 질문이었다고 자책했다. 한편으로는 대답을 들으러 케냐에 가야하나 싶기도 했다. ^^


그 곳이 어디이든,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기를. 오랜 동료인 폴과 올리브에게도 안부를 전한다.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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