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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Jul 25. 2018

아프리카를 품고 떠난 그대에게

#3. 소는 잘 자라고 있나요?

M 에게



요즘 여기저기를 통해 소식을 듣고 있어요. 특히 대각선 동료를 통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 때 올해초 아프리카를 향해 떠날 때의 그 반짝임이 생각났습니다.


브런치도 그래서 시작했어요. 기억나죠? 그대가 아프리카에서 브런치를 하겠다고 해서, 저 또한 브런치로 화답하겠다고 했죠. 6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렇게 편지를 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로비, 차세대 메트로 시티 후보 (Image from medium)


직접 경험한 아프리카는 어떤가요? 생각한대로인가요? 아니면 그 이상인가요? 조직에 속해있지만 조직의 입장을 뛰어넘어 겪고 있는 아프리카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그대의 브런치도 빠짐없이 읽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Wifi 글은 정말 생생하게 읽었답니다. ㅎ


키베라를 비롯, 세계 최대 슬럼가가 모여있는 나이로비 (Image from dreamstime)


요즘 제 가장 큰 화두는 활동가로서 조직을 넘어서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입니다. 그래서 이번주 더나은미래에서 취재한 월드비전 기사는 너무나 안타깝고 또 반가웠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월드비전에 헌신했던 그 분들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가 걱정되더군요. 월드비전에 아는 분 하나 없는데 마음이 쓰이는 건 업계에 몸 담고 있기 때문이겠죠.


솔직히 걱정됩니다. 그대에게 아프리카라는 키워드가 워낙 컸으니까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안도도 있어요. 굳이 개발협력을 고집할 이유는 없어지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오히려 더 자유로워질 수도 있겠죠.


기후변화에 취약한 케냐 북부 건조지역에 발생한 2017년 가뭄 (Image from dailynation)


아프리카는 정말 재미있는 거 같아요. 에티오피아가 에리트레아와 종전선언을 한 것을 보면 그들이 어떤 리더십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과감한 전진을 할 수 있는가를 느낄 수 있어요. 에티오피아가 수 년간의 국가비상사태를 겪고 오로모족 총리를 선출했을 때 에티오피아의 스케일과 포용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어쩌면 정말 한국보다도 큰 나라구나 싶더라구요.


케냐도 마찬가지겠죠. 저희 현장 사무소장만해도 보통 내기가 아니세요. 미국, 유럽, 한국의 갖가지 도전적인 제안과 요구사항도 모두 흔쾌히 수용하는 사람이죠. 기후변화 이슈와 대도시 슬럼의 문제가 교차하는 국가이다 보니 그 곳에서 갖가지 실험을 하려고 하는데 이미 그 이상을 수용하고 제안할 수 있는 분이더라구요. 그러니 그대의 케냐에서의 경험은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루이뷔통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싸움을 진행 중인 마사이족 (Image from deelami)


부디 조직에 얽매이지 말고 케냐와 아프리카에서의 시간을 두 번 다시는 없을 인생의 경험으로 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직을 설득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게 작동하지 않을 때는 조직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거든요. ^^


무엇보다도 건강하기를, 안전하기를 바랍니다. 돌아오면 맥주 한잔 해요.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케냐 (Image from face2face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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