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엉군 Aug 09. 2018

지속가능성이라는 마력

#4. 개발협력이란 카테고리는 여전히 어색하지만

D 에게



드디어 편지를 쓰네요. 먼저 미안하다는 말부터 시작할께요. 처음에 함께 글을 써보자고 제안했는데 예고도 없이 저부터 시작해버렸어요. 글감을 먼저 생각하고 수신자를 정하다보니 늦어졌습니다. (꾸벅)


지난 번 티타임에는 너무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건 아니었나 하고 내심 후회했었어요. 1:1 대화는 즐겁지만 가끔 도로를 벗어날 때가 있어서 곤혹스럽습니다. 그것이 대화의 묘미이긴하지만, 또한 그래서 가급적 스스로가 다운이 되었을 때는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제동을 거는데... 그만 정체를 들켜버렸네요 ㅎㅎ



한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내가 속한 세계가 종교가 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꼈습니다. 뒤늦은 고백이지만 저는 '개발협력'이란 단어에서 너무나 인조적인 느낌을 받거든요. '원조'보다는 덜 노골적이지 만 여전히 수신자가 아닌 발신자의 언어라는 감을 지울 수가 없어요. 인도주의나 개발협력의 수신자는 수혜자인건데, 그들의 자립을 지원한다면서 여전히 우리의 언어를 고집하는 느낌이랄까요. 그것이 낯설고 어딘가 어색합니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어요. '지속가능성', 이 하나는 정말 와닿아요. 저 또한 제 삶에서 자유를 꿈꾸고, 자립을 통해 그것에 이르고자 했을 때 가장 마지막에 주목했던 속성이니까요. 극빈층이 삶을 회복시키고 그들이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면... 그것은 제게는 대학과 책과 모든 스승을 뛰어 넘는 엄청난 발견이 될 겁니다. 그것은 그들의 승리에 그치지 않고, 모든 한국인의 새로운 길이자, 인류의 가능성이 되는 셈이죠.



아 또 길을 벗어났네요. 나도 모르게 전도를... ㅎ   


다시 돌아오면, 우리가 하는 일을 뭐라고 부르건 간에 그 중심에는 인도주의자들이 아닌 극빈층의 사람들이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게 중요하겠죠. 때문에 현장이 너무나 중요하고, 현장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대가 속한 사업팀이 아닌가 싶구요.


편지를 쓰다보니 갑자기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을 끈질기게 더 파보고 싶네요. 그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존재한다면 어떤 조건을 필요로 하는지 궁금해지네요. 그것의 결과가 직업, 기술, 도구, 지식 따위의 일련의 리스트로 끝날지라도 한번 제대로 파보고 싶다는 의욕이 마구 솟아오릅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비주류'에요. 비주류가 어떻게 들리는지는 잘 알지만 제게 비주류는 주류가 정해놓은 궤도를 이탈해 자신만의 궤도를 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삶이 다른 이들에게 대안으로 보이던 위선으로 보이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건 다른 종류의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대도 이미 용자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구요.  


뜨거운 여름, 또 한번의 의미있는 성장을 이루어낸 것을 축하하며 숨고르는 가을이 되기를 바래요. 다음엔 국화차 한잔 해요.




@모티브원, by 이안수 헤이리마을  촌장님




작가의 이전글 아프리카를 품고 떠난 그대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