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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Jan 08. 2020

죽음의 비용 - 초상에서 납골까지

레퀴엠 #01


가까운 형수가 돌아가셨다. 얇은 간격으로 인해 처음으로 초상의 전 과정을 함께 하며 차분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엔 슬픔이 가득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호수 아래에 잠긴 '죽음의 비용'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죽음은 저리도 많은 비용이 들어야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저만큼이나 남았는데.


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 납골당에 이르는 비용은 도합 2,400만원이 들었다. 사촌 형이 다니는 회사에서 상조회사 서비스를 제공했음에도 말이다. 고인이 젊었던만큼 미안하고 애절해서였을까. 만약 고인의 삶이 길고 평안했다면 죽음은 좀더 간소해질 수 있는걸까?



장례식장 이용 : 900만원 + 130만원


중급 사이즈의 방이었다. 20개 정도의 테이블이 들어가는. 회사 측 손님이 많긴했다. 하지만 식비가 생각 많큼 많이 들진 않았다. 초례상을 포함해서 400만원이나 들었을까? 대실료도 이틀에 300만원 정도였다.


의외의 비용은 화원에서 발생했다. 영정의 풍경이 되어주는 화원은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었다. 고인에 대한 마음과 조문객을 맞이하는 상주의 얼굴에 해당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130만원이 들어갔다.


상주와 고인의 형제가 회사에서 각종 소모품을 박스로 보내줬다. 국그릇, 접시, 종이컵, 수저, 테이블보, 방명록 ... 큰 도움이 되었지만 사용한 것보다 남은 게 더 많았다. 초상을 마치고 두 박스의 일회용품을 싣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상조회사와 화장 : 300만원


장례지도사의 안내는 큰 도움이 됐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절차를 챙겨주고 마지막 추모의 선택지까지 연결시켜준다. 하지만 회사와 연결된 상조회사라고 비용이 싼 건 아니었다. 리무진, 버스, 상복, 장례 진행 등에 약 300만원이 들어갔다.


화장 비용이 여기에 포함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별도로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봤을 때는 이 단계 즈음에 비용이 녹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납골당 : 1,100만원


납골당 비용에는 여러 등급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공간 규모였다. 이를테면 1인실과 2인실로 금액 구간이 700만원 정도에서 1000만원 단위로 점프했다. 형의 경우 고인 옆에 본인의 자리도 미리 마련해둔다며 2인실로 계약했다. 여러모로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였다.


다만 화장 이후에 고인을 어떻게 모셔야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추모란 것이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납골당은 무척 편리하고 잘 관리되는 시스템이긴하다. 하지만 죽음이 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유지관리로 이어지는 매듭이 개인적으로 많이 불편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공부가 필요할거 같다.



도우미


모든 절차에서 가장 감사했던 것은 장례식장의 도우미분들이었다.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중 어느 쪽을 통해 소개받은 분들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정말 훌륭하게 해주셨다. (장례지도사가 추가 수당을 안내한걸로 봐서는 상조회사 도우미 분들이셨듯)


음식 주문과 관리의 매끄러움. 따뜻하게 미소를 머금으면서도 조심스럽게 정보를 주고 의견을 물어주셔서 이틀간 큰 힘이 되어주었다. 마지막날에는 연장 근무를 문의했을 때 "상주님이 원하시면 해야죠" 똑부러지게 승락해주셨을 때도 너무나 감사했다.


돌아보면 고인을 보내는 데에는 물건에 발생하는 비용, 절차에 발생하는 비용, 사람에 발생하는 비용이 들어가는 것 같다. 그 중 고인에 대한 물건과 절차는 간소화하되, 찾아와 함께 슬픔을 덜어주는 이들을 위해서는 마음만큼이나 비용을 쓰는 게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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