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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Apr 18. 2020

2020년, PR은 무엇을 하고 있나

대외협력, 마케팅, 변화관리


돌아보니 15년이 흘렀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커뮤니케이션 세계에서 두 번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달아나고 싶었던 것은 특정 상사나 업무였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런 것들이 커뮤니케이션 세계와 분리되어 보이지 않았죠.


달아날 때마다 최대한 멀리 뛰었고, PR회사에서 대기업으로 그리고 NGO까지 나아갔습니다. 팀장이 되었고, 운이 좋아 좋은 팀원도 만났습니다. 그러다 조직개편이라는 풍랑을 만났는데, 부서가 흔들리는 시간 동안 뜻밖에도 팀원과 이 세계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화의 끝에 제가 물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고 싶나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나요?” 며칠 후, 팀원은 “PR이 하고 싶은 거 같아요” 라고 응답했습니다.


세상에 2020년에 PR이라뇨… 너무나 뜻밖이었습니다. 제게 PR은 제 커리어의 첫사랑이었습니다. 밤새 PR을 안주삼던 동료들은 정부, 대기업, 대사관, NGO 등으로 갈래갈래 뻗어나갔습니다. 뜨겁게 사랑했던 PR이 희미해질 무렵에 우연히 재회하니 뭔가 부끄럽고 뭉클했습니다. 그 때 팀원이 처음으로 후배로 보였고, PR 커리어의 세계를 들려주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짧은 밑천을 몇 편의 글로 엮으려 합니다. 부디 가볍게 읽어주세요.




PR의 갈래길: 대외협력, 마케팅, 변화관리


"PR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이 공중과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펼치는 광범위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 김영욱, 『PR커뮤니케이션』, 2003,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다시 원점에서 출발하기 위해 정의를 빌립니다. PR은 일반적으로 ‘공중관계(Public Relations)’로 번역됩니다. 조직은 하나의 생명체나 다름 없어서 설립에서 청산까지 다양한 공중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합니다. 조직의 성격이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주요 공중과 PR의 기대역할도 달라집니다.


PR을 정보활동으로 바라보면 홍보의 세계를 만납니다. 홍보를 좁고 선명하게 해석하면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퍼블리시티 활동에서 출발합니다. 과거에 미디어라고 하면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 매스미디어를 말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뉴미디어의 등장은 정보를 담는 그릇을 바꾸고 협업 채널을 다변화했습니다. 정보활동은 고도의 정보활동으로 조직의 활로를 개척하는 대외협력 전문가와 진화하는 미디어를 장난감처럼 실험하는 디지털 전문가의 길로 뻗어갑니다.


PR을 인지활동으로 바라보면 마케팅의 세계를 만납니다. 마케팅은 고객의 수요를 창출해 이윤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매일 출시되는 신상품들들 가운데 특별한 픽(pick)을 받으려면 관계를 설계하는 섬세한 전략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탄생 과정부터 아이돌 그룹의 팬층을 확보하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인지활동은 차별화된 컨셉으로 고객의 로열티를 확보하는 마케팅 전문가와, 시민에게 맞춤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홍보 전문가의 길로 나아갑니다.


PR을 변화활동으로 바라보는 접근도 있습니다. 조직이 생존 기로에 서거나 구성원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에는 내부 직원을 공중으로 바라보며 협력하게 만드는 변화관리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변화활동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이루어집니다. 특정 사회문제를 공론화시켜 모두가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겁니다. 변화활동은 인수합병 전후 조직원을 통합시키는 변화관리 전문가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권리옹호 전문가의 길로 나아갑니다.




이상의 PR 커리어는 지난 15년간 선후배들을 지켜보며 추출해 낸 것들이라 다분히 경험적입니다. 제가 보지 못한 커리어의 세계 또한 많을 것입니다. 그것은 다른 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다만, 자신의 성향이 세 타입 중에서 어디에 가까운지 알게 된다면 PR 커리어의 세계를 바라보는 눈도 좀더 즐겁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실무 팁을 통해 PR 현실 세계의 단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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