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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Jun 11. 2020

캠페인은 최상위 콘텐츠다?

NGO와 캠페인


조직개편후 2개월, 결국 콘텐츠팀이 되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바였다. 커뮤니케이션팀('컴팀')이 마케팅부 안으로 들어갈 때, 모금과 후원자 소통 서포트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포장해도 결국 핵심은 그것이라 생각했다.


마케팅부의 정확한 니즈가 궁금했다. 이에 부서장과 대화를 가졌지만 상부의 니즈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니즈는 실무 레벨에서 드러났다. 출발점은 캠페인이었다.


그 즈음, 외부 전문가로부터 캠페인에 대한 신선한 정의를 들었다. 캠페인은 NGO가 미션을 이루는 데 필요한 후원을 얻기 위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최상위 콘텐츠'라는 것. 캠페인이 콘텐츠라는 점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는 좋은 캠페인을 만들고 성공시키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하고 NGO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를 서포트해야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스크럼이었다.


사실 3월까지 팀 자체적으로 기획 중인 대중캠페인이 있었다. 2주간의 리서치에 백지에 도식까지 그린 기획안은 대표의 승인까지도 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의 정의에 비추어보면 그 캠페인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그건 바로 '모금'. 그렇다면 모금이 되지 않는 캠페인은 의미가 없는 걸까?


정의기억연대 사태가 불거질 때 활동 초기부터 참여했던 한 여성학자의 말은 내 고민에 불씨가 되어주었다. 그녀는 말했다. 초기의 수요집회는 부당함과 진실을 알리기 위한 활동이었지, 모금을 위한 행사가 아니었다고. 이는 NGO의 활동에서 무엇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했다.


시간을 두고 더 파고 들어가봐겠지만, 캠페인은 콘텐츠이기 전에 '질문'에서 출발해야하지 않나 싶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반성과 뒤늦은 깨우침, 그리고 이에 대한 용기있는 고백과 고발에서 쏘아올린 힘있되 간단명료한 질문 말이다. 그 질문이 누군가의 문을 두드리고, 그 질문에 화답한 누군가가 그것을 주변 지인에게 알리고 동참하며 그렇게 확산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질문을 길어올려 담아낼 수 있다면, 굳이 캠페인을 근사한 콘텐츠로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 알맹이가 없다면 챌린지나 이벤트로 포장해봐야 헛일이다. 그런 깊은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영광스러운 작업이겠다. 끝내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능력부족이거나, 아니면 그 질문의 유효기간이 다한 것이 아닐까.


북극곰으로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Ride, Don't Drive' 캠페인. 10년전 옥외광고지만 여전히 대단하다.


오늘의행동 '시소디베이터'는 대답을 참신하게 시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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