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샀는데, 시간을 산 느낌.
시계를 구입했다.
하루를 통으로 보면 별로 크게 하는 일도 없고,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고 싶으면서
이상하게도 다이어리와 시계는 매우 갖고 싶다.
(이번에 구입한 것은 아주 작은 탁상시계)
디지털로 충분히 대체 가능한 다이어리와
핸드폰만으로도 또한 너무나 충분히 커버 가능한 시계의 기능.
그런데 왜 나는 매년 이벤트성 다이어리를 꼬박꼬박 돈을 주고 사듯 모으며
월급보다 훨씬 비싼 시계를 구경하며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것일까.
어쩌면 지금 나의 이런 게으름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원인이
저 시계가 없어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궁금하다.
저 시계를 두른 나의 모습이 아니라
저 시계를 갖고 보내는 나의 시간들이.
이미 알고 있다.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하다는 핑계로
이런 동력이라도 있어야 조금 열심히 산다는 핑계로
장바구니에 담아두기에도 부담스러운 가격의 시계를 한 번쯤은 팔목에 두르고 흐뭇하게 내려다보고 싶다.
내 이럴 줄 알았다-하게 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