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왕의 직장 이야기와 에피소드 7
천직이란 것이 있을까?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랐다. 정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살면서 이것저것 다 해 보다 보면 알게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고 했던가?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직장을 많이 옮기게 되었다. 직장만을 옮긴 것이 아니라 직업까지 여러 번 바꾸었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직업을 바꿀 때마다 "나에게 잘 맞는"곳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예상한 것과 실제로 겪고 경험한 것은 매우 달랐다.
내가 쉽게 여기저기 이직을 한 것 같지만 나는 정말 직장을 다니면서 떠나면서 그리고 직장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많이 힘들고 괴로웠다. 방향을 알지 못해서 불안하고 나의 결정에 확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잦은 이직을 타부시 하는 우리나라의 취업 문화 때문에 면접을 볼 때마다 "회사를 왜 이렇게 자주 옮겼냐?"는 질문은 빠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조마조마했고 그에 대한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답변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일찍부터 계속되었다. 고등학교 때 문 이과를 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학교 전공선택과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전과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직업을 바꾸고 싶을 때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읽은 어떤 책에서는 쉰여섯의 나이에도 진로를 고민한다는 사람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장을 다니던 사람이 사표를 내고 다른 직장을 찾을 때뿐만 아니라 퇴임 후 자영업을 하거나 학교로 돌아가서 학위를 취득하거나 하는 모든 일이 모두 진로결정의 문제이다.
하지만 일찌감치, 그렇지 않더라도 늦은 나이에 자신에게 딱 맞는 소위 천직이라고 하는 자기만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나는 자연스럽게 천직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천직이라는 것이 정말 있을까?'
내가 아는 지인 중 영어 강사로써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은 자신에게 그 일은 천직이라며 그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천직을 찾아낸 자신은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문득 그분이 다른 일을 했는데 거기서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찾았다면 다른 일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내가 나의 첫 직장인 증권회사에서 계속 근무하여 그곳에서 승승장구하며 그 일을 즐겼다면 그 일을 내 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는 '천직이라는 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업에서 성공했고 사업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배우가 되었는데 배우의 일이 자신에게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배우를 자신의 천직이라고 믿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이 나의 천직이라고 '믿어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