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보다 어려운 것

by 채유강

국민학교 4학년 때였어.


그때 한 반에 몇 명이나 있었는지 알아?

70명.

지금이랑 똑같은 교실에 2배도 넘는 인원이 앉아서 수업을 했어.


내가 겪은 일이지만 나도 잘 믿기지가 않아.

한 학년에 20반이나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서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수업을 하기도 했어.


인원이 그렇게 많았으니 자리를 바꾸는 것도 굉장한 일이었지.

대체로 번호순이었어. 번호역순으로도 앉았다가...

그렇게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앉았어.


그런데 4학년 담임선생님은 굉장히 독특한 분이셨어.

먼저 남학생들을 번호순으로 앉혔어.


2명이 앉는 책상의 한쪽 자리만 남학생들을 쭉 앉혔어.


그리고는 여학생들을 다 복도로 내 보낸 뒤에 여학생들에게 말씀하셨어.

"너희가 마음에 드는 자리에 가서 앉아."

여학생들에게 직접 남자 짝을 선택하게 한 거야.


그때 내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알아?


제발 제가 좋아하는 애가 제 옆자리에 앉게 해 주세요.

신이라는 신은 모조리 찾으면서 빌었던 것 같아.


당시에 난 채빈이라는 여자애를 좋아했어.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아주 길었고, 키도 큰 편이었어.

특히 눈이 아주 깊고 컸는데 그 애와 눈이 마주칠 때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


교실 앞문이 열리고 첫 번째 여자애가 들어왔어.


현주.


그 애도 채빈이만큼 인기가 많던 아이였어.


그 애가 들어오자마자 나를 딱 쳐다보는 거야.

나는 황급히 눈을 돌려서 네 자리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어.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하고 있었어.


드르륵.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나더니 내 옆에 누가 앉는 느낌이 들었어.

고개를 들어보니 현주가 내 옆에 앉아서 나를 보고 웃고 있었어.


-망할.


그날 나는 많은 생각을 했어.


왜 나는 채빈이는 좋아하고 현주는 안 좋아하는 걸까?

현주도 채빈이만큼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왜 내 눈엔 별로일까?


어른이 되면서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계산을 하게 됐어.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호감을 느낄 확률,

그 사람이 애인이 없을 확률.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할 확률...


어쩌면 이상형을 만나서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몰라.

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


설사 그 불가능한 일이 현실이 되었어도 변함없이 사랑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야.


나이를 먹어보니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알겠어.

이성이든 동성이든 말이야.


그래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해주려고 해.


낯선 이에게 곁을 내주기도 어렵지만,

곁에 있는 사람이 떠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어렵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