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사람(2022.7.4)
날마다 느끼는 비겁함에 대하여
7월 1일 금요일
일주일을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하고 나면 금요일이면 맥이 탁 풀린다. 남편에게 진짜 오늘 술이 땡긴다 하고 말하고는 같이 술을 사먹었다. 술도 눈치보며 먹는 우리의 처지가 딱하기도 하면서 그래도 기어이 먹는 우리가 대단하다 싶기도 했다. 철이 안든건지. 남편이랑 방에 들어가 나는 쏘맥을 남편은 막걸리를 먹었다. 술이 들어가니 별얘기가 다 나온다. 남편은 꼭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얘기한다. <너 하고싶은거 다해>. 말은 고맙다. 그런데 하고 싶은게 다 돈이 든다. 여기서 더 미안한건 나는 남편에게 그렇게 말을 못한다. <너 하고싶은거 다해>라고 말했다가는 이 남자가 진짜 일 관두고 한량으로 살까봐 그런가보다. 언제든지 직장을 때려치울 마음이 너나 나나 같다는 사실을 알기에, 진짜 때려치울까봐, 내가 큰 그릇의 여자가 아니라서 무서워서 말을 못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참 비겁하다 라고 느꼈다.
7월 4일 월요일
다시 월요일 시작이다. 아이들 준비물을 싸고 나는 출근을 했다. 피곤과 함께 일주일 시작이다. 8시 10분 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아이들 준비물이 뭐가 빠진것 같다고. 준비물 내용은 내가 잘 알기에 괜찮다고 그냥 보내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없어도 된다. 그런데 보아하니 등굣길이라 정신없고 남자애둘을 챙기느라 숨이 헐떡이시는게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아이고 힘들어> 어머님이 자신도 모르게 뱉은 말에 순간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도 모르게 <아이고 어머니>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어머님에게 맡기며 어머님의 한숨에 별 다른 대꾸를 못한채 전화를 끊었다. 어머님이 아이들을 안봐주실까봐? 아님 지금의 생활이 유지가 안될까봐 그런건가. 나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은 무겁고 어머님의 한숨에 대응을 못했다. 그저 나 자신도 매일을 버티느라 타인의 한숨도 나에게는 무거웠나보다. 비겁했다. <어머님 힘드시죠 오늘도 힘내세요> 이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다.
사는게 별거 없는데 난 왜 이렇게 비겁하게 도망칠 궁리나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 결국 나란 인간도 도움이 필요하고 누군가도 나의 도움으로 함께 사는 세상인데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오늘 하루 시작이다. 머리 위에 까마귀들이 미친듯이 울어제낀다. 얘네들은 꼭 내 머리 위에서만 운다. 따라다니며 우는 얘네들. 행불행을 다 끌어안을수 있는 넓은 그릇의 여자가 되어보고 싶다. 까마귀 니네가 백날 울어제껴도 난 잘살거다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