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이랑 카페에 갔다(2022.10.7)

실장님.... 호칭을 이제 뭐로 바꾸지?

by 소국

실장님이 폭탄 선언을 한뒤, 내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다. 축제 내내 <도대체 왜 관두시는걸까>에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하다가, 그러면 문제를 파고드는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물었다. 개인적이고 다소 사적인 질문들에 대해. 축제의 강연 중에 조용히 핸드폰을 켜서 메모장에 궁금한 것들을 적었다. 이건 실장님을 위한 질문은 아니겠구나 싶으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물었다.


<퇴사후 뭐하실거예요?>

<업무가 힘드셨던 거예요?>


온갖 질문에도 우리 친절한 실장님은 또 대답을 다해주신다. 마음이 슬프고 애잔하고 그랬다. 꾹 참으며 축제를 마치고, 일도 하고 계속 정신없이 보내다가 저녁이 되었다. 저녁이 되자 관장님이 오셔서 다같이 저녁 먹자고 순대볶음을 하신다. 참... 순대볶음 맛있는데, 마음이 어렵다.


중요한 사안을 듣고 나니, 참 사람 마음이 그런것이다. 전시준비로 정신없는 사무실 분위기때문에 일을 해도 뭐 집중이 잘 안된다. 마냥 정신이 없다. 긴장하며 일하시는 선생님 한분이 계심으로 뭔가 그냥 좀 눈치보였다. 카카오톡을 실장님과 주고 받으며 집에 가자고 했다. 이후 같이 사무실을 나와 카페로 향했다.


사무실이 아닌 카페에서 보니, 실장님이 아니다. 업무적으로 만나면 긴장과 스트레스와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얽혀있는데, 카페에서 보니 정말 그냥 인간 대 인간이다. 답사도 같이 가고, 밥도 같이 먹었는데, 카페에서 본 실장님의 모습은 그냥 나보다 몇년 더 살아본 직장 다니는 인생 선배 같았다.


들어보니 쉽지 않는 결정에 쉽지 않는 생각들이었던 것 같다. 아랫사람들에게는 하염없이 친절한 실장님이, 윗분과 발맞춰 나갔을때, 과연 내가 이것을 다 이룬다고 해도 내가 기쁠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오히려 내가 윗분과 발맞춰 계획한 모든 것을 이루고 어떤 성취와 보상을 얻는다고 해도 비루한 내 자신만 남을 것 같아서 멈췄다고 한다. 내 행복을 위해 멈췄다는것이다.

좋은 생각과 판단이었다. 그런데 그냥 뭔가 아쉽고 슬펐다.

생각이 깊은 사람은 그만큼 마음도 깊은 법인데,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을 거듭 했을까. 그와중에 나는 시덥잖은 말만 계속 하니, 얼마나 철없어 보였을까. 숨구멍이라도 되어드릴 요량은 아니었고, 그냥 실장님이 궁금했고, 잘 들어주시는 분인 덕에 내말을 많이 했을 뿐이었다.


실장님과 얘기중에 결국 울었다. 직장생활 초반에 실장님이 일을 가르쳐주실때 다정함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것도 모르는 나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느라 사실 그게 친절한 건지도 몰랐다. 지나고보니 새삼 실장님이 참 생각을 많이 하시며 나를 가르쳐주시고, 내 입장을 배려해주셨구나가 보인다.


카페에 나와 사진도 찍었다. 귀하디 귀한 실장님. 그런데 혹시나 나로 인해 상처받은 건 없는지 싶다. 남은 시간 추억을 많이 쌓자고 다른 선생님이 그랬다. 그래야겠다. 일로도 추억쌓고, 사적으로도 추억쌓고, 나중에 퇴사 후에도 추억을 쌓아야지. 아이들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밤늦도록 얘기하고 집에 갔다. 오랜만에 마음 편히 사람들과 얘기를 나눈 것 같아 나는 오히려 마음이 풍성해졌다.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 다시 한번 느낀다. 그리고 나는 그런 복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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