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드는 나만의 사치, 글쓰기(2022.11.7)
기분에 지지 않으려 했건만 맥주를 먹어도 풀리지 않는다.
요 며칠 다시 우울모드. 주말 내내 쉽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방문을 닫고 아이들이 무얼 하든지 나는 거의 잠만 잤다. 겨우 겨우 일어나 밥상을 차리고, 그 외의 시간은 잠을 자는데 모든 시간을 썼다. 자고 일어나면 개운할 줄 알았던 내 몸과 마음이 이상하게 더 가라앉았다.
토요일인지. 주일인지. 월요일 아침인지 모르겠지만, 신발을 하염없이 찾는 꿈을 꾸고 일어났는데 기분이 언짢았다. 일어나도 괴로운 기분.
오늘도 사무실로 기어이 출근을 했다. 옆자리 선생님은 벌써 화가 나있다. 원인제공은 관장님이다. 관장님이 휴가 중 업무지시를 하시고,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주말에 밥을 먹다가 밥맛이 뚝 떨어질 정도였다 하니, 가히 상상이 된다. 알만한 관장님 성격이고, 선생님은 또 앞에서는 뭐라고 말씀하지 않고 뒤에서 끙끙 앓으셨겠구나 싶다. 말이 센 사람의 대부분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생각보다 겁도 많고 두려움도 크고 경계심도 많다. 나도 그런 류이기에 잘 아는 것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많다. 쉽지 않은 성격이라 같이 일하기 어려운데, 늘 그런 사람은 본인이 어떤 행동으로 남들을 힘들게 하는지 모른다. 안다 한들 고쳐지지도 않는다.
한숨 푹푹 쉬며 아침산책, 낮 산책이 끝났다. 이후, 남자 선생님들과 담소 아닌 담소를 나누었다.(다른 분들은 일하시지만 다 듣고 있다) 나를 챙겨주시려는 듯한 멘토 선생님의 제스처가 있었다. 열심히 일자리를 알아봐라. 얼마 남지 않는 시간. 이제는 여기에 정 떼고 점프하는 시간을 가져라. 등등. 좋은 말씀이다. <뭘 할 때 제일 맞는 것 같냐><뭐가 재미있는 것 같냐> 애정 어린 질문공세인데, 어째 나의 마음은 부담스럽고 <일이 무슨 재미가 있나? 일은 일일 뿐이지>하는 마음만 들었다.
괴롭다 말하기도 눈치 보이는 계약직. 큰 일거리를 하시는 학예사 선생님들에 비해 나의 일은 비중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오히려 더 다른 업무를 도우거나 펑크가 나는 부분을 메꾸려 했다. 선생님들도 여기가 직장이다 보니, 구설수에 오르내리거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를 엄청 신경 쓰시는 것 같아 보이지 않게 도우려 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참 티가 많이 났고,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는지 모르겠다. 8개월을 돌아보니 오히려 짐이 안되었으면 다행이겠구나 싶은 일들도 많았다. 그저 웃으며 넘겨주거나 답답하지만 일일이 지적하지 않아 주셨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제 막 업무도 익숙해지려는데, 떠나야 한다니 마음이 무겁다. 더 무거운 사실은 가계 경제이다. 월급이 반으로 줄어든다. 남편 월급. 내 월급에서 이제는 남편 월급뿐이다. 돈을 말하면 천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 같아도, 이게 내 본심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이리도 숭고한 일이 될 줄은 아이 낳기 전에는 몰랐다. 내 몸뚱이 하나 잘 건사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다가, 4인 가족을 다 같이 잘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며 사는데, 사실 정말 이게 잘 살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든다. 경기침체 소식은 자꾸 들리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마당에 나도 이제 곧 일자리를 잃는다니 마음이 우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남편에게 이 마음을 말하자, 새삼 놀랐다는 기색이다. 대출이자를 말하지 말던가. 아님 그냥 되는대로 살자 하지 말던가. 늘 한쪽 마음에는 돈 걱정이 있으면서 입에 발린 말로 날 위로하는데, 그게 참... 위로가 안되고.. 본인도 이제 머쓱할 때가 되었는데도 위로의 말이라는 게 참 쉽다. 할 수 있는 게 말 뿐이어서 어떻게든 날 위로해 주겠다고 한마디 했을 텐데 참 안타깝다.
짓눌린 현실의 무게가 가끔은 버겁다. 아무리 애써도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을 때가 있다. 아무리 가족이 괜찮다고 해도, 어떻게든 되겠지 해도, 불안할 때가 있다. 무엇이 정말 나를 불안하게 하는지도 모른 채 막연하고 두렵기까지 할 때가 있다. 그게 지금인가? 그 정도로 내가 힘든가? 사실 그런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도 빼곡하게 산 것은 맞다. 단 1분도 허투루 쓴 것 같진 않다.
11월 7일. 이제 11월이 7일 지났다. 점차 내 마음도 갈피를 잡고, 방향을 정해 가면 좋을 텐데... 아직 모르겠다. 솔직히 박물관에서 앞으로 더 일을 하게 되어도 걱정이고, 일을 관두고 내 나이에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한다는 것도 걱정이다. 더 중요한 건 열의가 없어서 걱정이다. 일에 대한 즐거움이나 무언가에 대한 애정이라도 있으면 뭘 해볼 만할 텐데... 즐거움? 애정? 열의?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의 최선으로 하루하루를 산 것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방향도 목표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그저 월급의 의미만 컸던 것일까? 그건 아닌데 말이다. 뭔가 애정 비슷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내 걱정에 파묻힌 걸까?
남은 11월 의미 있고 소중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 그저 감사함과 기쁨만으로도 충만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