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이벤트적인 삶이 낳는 소모적인 행위들_23.5.18

반면에 이벤트적인 하루하루가 쌓이는게 또 인생.

by 소국

5월이 싫다. 너무 힘들다. 나는 매일 가족을 위해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개인적인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다 바치면서까지. 그들은 행복한데(정말 행복할까?)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쳤다. 이런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지도 못한다. 가족이 싫다는게 아니라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가족들의 표정에서 마음이 무거워지는게 보이는게 싫다.


가족관계가 참 어렵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속마음을 다 표현하기 어렵다. 또 한편으로는 오늘은 마음이 이랬다가 내일은 달라지는 모습에 장단 맞추기도 하루이틀이다. 그냥 이제는 나도 너도 그러려니 하며 살아야 속이 편하다.


이벤트성 하루하루를 보냈다. 5월에는 유독 행사가 많아 끝없이 밖으로 나돌아다녔다. 밭에는 할일이 태산같고, 어머님도 별수없이 하시는 일에 지치고, 나도 덩달아 지친다. 어린이날이라고 어버이날이라고 대단한 서프라이즈 행사를 하지도 않고 뭘 해드리지도 못했지만, 왜 이렇게 매주 매일 행사며 일이 많았는지 부모인 우리는 넉다운이 되고 말았다.


인생이 지나고보면 이런 이벤트성 하루하루의 추억으로 산다고 하지만, 나의 마음과 정신은 고갈과 탈진 상태이다. 그래도 기어이 살겠지만, 장기적 인생을 이렇게 살아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p.s: 밭일 후 어머님과 술한잔 들이켰다. 어머님이 힘드셨는지 나더러 막걸리 한잔 하자고 하셔서 흔쾌히 마셨다. 5월의 소득 중 가장 기념비적인 소득이다. 우리의 관계가 이걸로 더 가까워졌는지 모를일이다. 그래도 막걸리 한잔하고 나니 어머님과 대화하는게 참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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