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머리는 극단적인 현실주의지만,_23.10.5

<마음은 욕망덩어리>의 나에게 하는 말

by 소국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 심신이 피곤하다. 우리 집 마이너스 통장이 3400만 원이라는 신랑의 말에 한숨이 나오면서도... 3400만 원에 자신감을 잃는 나 자신을 보며 <나 정말 참 별거 없네>라는 생각도 든다.


3400만 원에 자신감을 잃어서, 앞으로를 꿈꾸지 못한다는 게 참 비참하다. 낙망을 넘어 비참이다.(남편은 그런 의도로 우리 집 경제상황을 나에게 까발린 건 아니겠지만, 경각심을 주려는 의도겠지만... 난 참 마음이 무너졌다.)


돈을 바라보는 시각이 참 이렇게나 편협한가 싶을 정도로 나는 돈에 매여 살았다. 통장의 잔고를 늘 확인하고, 매일 카드값 확인하고, 남편의 표정을 관찰하며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살았다. 돈이라는 게 순간은 편리하나, 쓰는 만큼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더 괴로운 건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더 괴로웠다.


우리 집 경제 문제가 대두되면서, 여행 말하는 게 조금 부담스럽고 무언가를 크게 일 벌이는 게 참 어려워진다. 말은 해야겠는데 못하고 넘어갈 때도 많아지고, 소소하다고 생각되는 금액은 그냥 내 선에서 처리될 때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우리 집 경제사정을 보니, 그동안 누린 것들이 <참 연기 같구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누린 들 뭐 하나.> 하는 회의적인 생각마저 든다.


-돈을 다르게 생각할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왜 이렇게 돈 앞에 자신이 없는 걸까?

-남들도 하는 돈관리 나라고 못할까? 하는 마음은 왜 1도 없는 걸까?


번번이 실패하는 돈관리와 가계 경제문제에 언제까지 실망만 하고 앉아있을 수가 없다. 이러다 빚더미에 앉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여행이야 언제고 갈 수 있지만, 사실 내 나이가 1살이라도 어릴 때 경제문제를 조금씩 해결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에 관련해 남편이 큰 짐을 지고 있지만 나도 보폭을 맞춰 뛰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여러모로 치열하게 싸웠지만, 누구의 의견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문제 앞에 누구의 의견이든 맞출 의향이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생활 딱 10년 차에 드는 생각은, 지금 당장 남편 말 듣는 게 괘씸하고 짜증 나고 기분 더러울 수 있어도 일단 듣는 게 속편하다. 이유는 팩트 폭행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살아보니 이 사람도 뭘 잘 모르지만, 지적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고, 난 모지리 같이 어느 정도 그 지적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다 잘 알아서 그렇게 딱딱 얘기하시는 건 아니었다. 나중에 보면 결국 이 사람도 불안하고 두려웠던 나 같은 사람이었다.


우리 집 가계 경제의 가장 주범은 나였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그놈의 마트. 자잘구리한 쇼핑거리. 남편의 입을 막을만한 카드가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껏 우리가 쓴 돈들이 허공에 날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뒤돌아보니 우리 역량껏 돈을 벌어 열심히 여기저기 썼네 싶다. 사실 분에 넘치게 우리의 실력보다 더 많은 돈을 받기도 하고 그걸 쓰기도 했구나 싶은 순간들도 있다.


돈.

평생에 고민할 거리지만,

이것처럼 투명한 것도 없다.

쓰면 쓰는 대로 흔적 남으니. 결국 다 안다.

통장을 스쳐가는 바람 같은 돈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잘 지냈다.

얼마를 더 가져야 할까 보다

있는 돈이나 잘 관리하는 게 먼저다.

주신 분이 계시니 감사하고,

언제까지일지 모르나 들어오는 돈이나 잘 관리해 보자.

기분 안 좋을 때 기분풀이 용으로 쓰는 돈 이제 없다.

3000원짜리 커피.

남편 많이 마시라 허용해 줬어도

이제 없다. 정신 차리라.


남들 타는 차 벤츠.

남들 드는 백 샤넬.

그만 쳐다봐라.

너도 남들 보기에는 한강뷰에 사는 부자다.

지금 너는 부족하다 생각하니

그 썩어빠진 생각부터 뜯어고쳐라.

이미 부유하니. 그만 바라고 이제는 관리해.


정신 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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