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내가 싫어하는 <아이들 앞에서 내 지적하는> 행동 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남편이 했다. 그런데 남편은 그 행동이 정당한 이유를 꼬박꼬박 댔다. 네 잘못(엄마인 내가 준비도 하지 않고,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아이 잘못만 지적한다는 거다. 그런데 아이는 잘못이 없다는 거다)인데 네가 인정을 안 함으로 내가 가르쳐 준거라는 태도.(사실 싸움이 나는 이유는 도찐개찐이기 때문이다. 나라고 그 자리에서 그냥 네네 하면 될 것을. 기어이 들이받았다. 짜증 나서.)
그런데 이 와중에 어머님은 밭일을 얘기하신다. 기가 찼는지 남편이 들이받았다. 어머님은 최고인 게, 어머님이 톡으로 나한테 남편에게 어쩌고 저쩌고 하라고 했는데.. 어머님 말대로 했더니 남편이 더 열받았다.(어머님은 남편이 밭일해주기를 1주일이나 기다렸다는 거다.. 직장인이 피곤한데... 밭일까지 할라니 마음이 안 내키겠지. 결국 자기 엄마는 왜 또 저러는가... 싶은지 엄마한테 내지르더라.)
우리 집이 싸우는 이유는... 사실.. 뭐 없다.
몸이 힘들면 짜증 나고 그냥 서로가 꼴 보기 싫다.그러면서 오해와 갈등으로 쌓아진 이 관계가 신뢰가 바닥이 되고 본질적으로 곯아 썩은 부분들이 터져서 나오는 거다.
싸운다고 본질적인 게 해결되지는 않지만, 싸움으로 꾹꾹 눌러 참았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것 같긴 했다. 적어도 각자 정신병은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머님이 바깥에서 한창 놀고 있는 아이들과 나에게 전화를 걸어 외식을 하자고 한 거다. 당연히 난 곤란했다. 이유인즉슨 어머님도 빤히 아실 텐데 한번 찔러보는 거다.
아이들이 놀기 시작한 시점이 이제 시작인데, 가자고 하면 아이들이 실망한 것 같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 태도.
예전 같았으면 <아.. 어머님 또 이러신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갈 텐데, <오죽하면 전화해서 외식하자고 하실까> 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아이들 눈치 보고, 어머님 생각해서 스트레스받았을 일을 <그래, 애들한테 한번 의견을 물어보자> 생각했다. <아마 아이들 반응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리고...
실제로 실험해 봤다.
나: 얘들아, 엄마가 할 말이 있어.
아이들: 어?
나; 할머니가 외식을 하자고 하시는데, 우리가 외식을 하려면 20분 정도 더 일찍 가야 해~ 어때?
아이들: 어 좋아!
뭐지? 나의 편견이 깨지는 순간! 행복하다.
나는 이런 맛에 사는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아이들을 착각했구나 다시 한번 깨닫고, 어머님에 대한 편견? 프레임? 같은 게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런 순간은 살 맛나는 순간이다. 감사했던 순간이라 기록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