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란다._23.12.8
대안학교의 아이들이 자라나는 실상.
돌봄 교실 교사로 일을 하면서 나는 정말 힘들었다. 신앙과 교육. 교사라는 입장과 학부모라는 입장. 끝도 없는 딜레마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별하기조차 어려웠다.
재정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지 바쁘면 본질을 잃어버린다. 학교가 학교다워야 하는데 요즘 세상에 학교에 대한 기대가 현저히 떨어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 여기는 학부모들이 사비를 털어서 교육을 시켜보겠다고. 우리가 꿈꾸는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모인 곳이다. 그러니 얼마나 기대와 관심이 컸겠나. 그런데 막상 내부를 들여다보니 대안학교 내부는 행사치레를 1년 내내 하는 느낌이었다. 교육이 보여주기식이 되지 않으려면 사실 중요한 행사를 하는 데 있어서도 과정이 중요하다.
1년의 빡빡한 학사일정을 보자면, 이것을 해내는 대안학교도 대단하지만, 과연 정말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맞나? 의문이 들긴 하다. 행사 치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사가 방전이다. 끝도 없이 돌아가는 행사 공장같이 느껴져서... 이게 과연 교사들에게 괜찮은 시스템인가? 요즘 세상에 희생을 얘기하거나, 아무리 대안학교여도 헌신을 강요할 수 없는데, 과연 선생님들의 몸과 마음은 괜찮은가?
그리고 그 안에서 여기로 저기로 치이는 아이들. 괜찮은가?(내가 볼 때 일반학교에 비해 그렇게 과하지 않다만 그래도 마음이 둘 곳 없는 아이가 있을 순 있겠다 싶었다)
조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같은 비전? 같은 생각? 다수를 위해 희생되는 소수? 나는 요즘 가정을 비롯한 모든 조직은 어쩔 수 없는 비겁함을 조금씩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유지되기 위한 비겁함이다. 방식이 늘 올바르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우리는 자주 실수한다. 분주함은 본질을 잃어버리게 하고, 별거 아니라는 식의 비겁함을 쌓아 올린다. 나는 오히려 대안학교에 와서 정말로 우리는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끝도 없이 올라오는 학교에 대한 기도제목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잉글리시 페스티벌이라는 영어발표회를 앞두고 한 학년의 아이들 1/4이 장염으로 고생하고, 담임선생님은 하혈했다. 가만 보니 그전에도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고열, 대상포진 등 아프셨다. 학부모들도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무리하게 일하는 분들을 본다. 그리고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우리 가정이라고 괜찮을까? 다들 초예민 상태이다.
대안학교의 문제만은 아니겠지. 요즘 시대가 그렇게 어렵고, 우리 가정도 문제가 있으니 그러겠지.
그러든가 말든가 아이들은 오늘도 지친 학부모들에게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무대에서 한껏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에도 모자란데 아이들이 여기에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을 했을지.. 그리고 굳이 듣지 않아 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오갔을지 보인다.
교육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늘 이렇게 딜레마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