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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국 Dec 15. 2023

돌봄 아이들이 나를 화나게 한다._23.12.14

<왜요?> 너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

맥락 없는 인간이 나인 건가?


나만의 질서를 가지고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 아이도 이해가 되지 않고, 이 또래 아이들의 특성을 알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지가 어른인 줄 알고 어른 흉내 내는 그 나이 아이들) 단지 나는 그 아이들이 이해되지 않아도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하며, 적어도 각 아이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한 아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려 애썼던 것 같다. 한마디로 규정짓지 않으려 했다는 말이고, 그냥 나는 어떤 아이든지 마음을 이야기할 때 가로막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과연 그랬나? 이제 보니 나는 그런 사람이었던가?(이것조차 의심스럽다)


갑자기 자신이 없다. 그런데 오늘 사건이 있었다. 한 아이가 정말 야무지고 당차다. 진두지휘하면서 놀이를 주도하고, 형들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고 규칙이나 질서를 정하며 통솔한다. 난 이 아이를 믿었다. 야무진 아이니까.


그런데 아이들 사이에서 들리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A가 자기 마음대로 하잖아요><A가 내가 말해도 들어주지 않아요. 자기 맘대로 해요> 하. 주도적이라는 말은 다른 말로 지 맘대로 규칙정하고 아이들에게 행동한다는 뜻이기도 하는구나. 성격의 양면성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 A가 나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왜요?>이다. 이 아이가 납득이 되도록 상황과 형편을 이야기했다. <교실 상황상 네가 하고 싶은 놀이는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이 <왜요?> 다. 형편을 다 이야기했는데? 지금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형편. 그럼에도 결국 지금 당장 자기가 원하는 놀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상황과 형편에 관계없이. 술래잡기였는데, 술래잡기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지금 당장 놀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음에도 A는 <왜요>만 반복한다.


하. 아이에게 휘둘리면 안 되는데.


사실 나는 짜증이 났다. (휘둘렸다는 뜻이다.)


더 열받는 이유는 뭔가 태도가 영 불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라고 불쾌한 태도에 대해 용납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막말을 하지는 않았다. 일단 참고 다시 한번 얘기했지만, 오늘은 명백히 내 얘기를 듣지 않았다.


이 아이 아빠가 데리러 오셨다. 그러자 아빠에 대한 태도가 벌써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하니까 더 하고 싶어> 한다. 순간 내 직감이 맞았구나 싶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이미 이 아이는 어른보다 더 위에 올라가 있다.)


이 아이(A) 말고 또 한 아이(B)가 있다.


B는 뭔가 부당하다고 여겨질 때마다 소리를 지른다. 눈빛이 변하면서 곧 때릴 기세로 <아~~ 왜!!!> <내가 먼저라고!!!><주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그러면 상대방은 놀란 마음에 피하거나 대충 물건을 주거나 울거나 선생님한테 이른다. 대부분 이걸 폭력으로 받아들이므로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B가 틱이 왔다. 눈 깜빡 거림이다. 불안한가 싶어서 이 아이를 대할 때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이 아이가 마음속 얘기를 꺼낼 수 있게 돕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자기가 놀던 상대방 이야기가 나온다. 상대 때문에 내가 억울하다는 것이다.


쉽지 않다. 돌봄 교실. 여기에 내 아들도 있다.


아들은 행복하다. 엄마가 있으니. 그런데 나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내 아들을 몇 번이나 겁박하고 협박하고. 그러지 마라를 소리치며 얘기해 보지만 자기 눈에는 <엄마는 엄마일 뿐> 그 쯤되면 포기해야 하는데 나도 성격이 유별나다. 그러다 하굣길에 아들이 말한다. 차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엄마, 내가 오늘 미술시간에 망할이라는 말을 썼어. 뭐가 잘 안돼서. 그런데 그런 말 쓰면 미술선생님이 앞에 나와서 엉덩이로 이름 쓰라고 했는데, 나 그거 하고 울었어> 이 말을 한다.


하. 나는 안 그래도 돌봄이 심란해서 마음이 심란한 와중에 애가 이런 말을 하니 머리에 뚜껑이 열리는 것 같았다.(이와 중에 미술쌤은 내 아이에게 수치심을 안겨줬다. 얼마나 애들이 그런 말과 행동을 하면 그랬겠나 싶다가도... 그게 또 내 아이다ㅜㅜ 그런데 그게 최선일까 싶었다.) 나는 가차 없이 <뭐? 망할? 그런 말을 왜 해!!!!> 남의 자식 뭐라 할게 아니라 내 자식부터 잘 키워야 하는데 우리 애도 비슷하니 할 말이 없는 거다. 아이에게 말을 하고 후회했다. <아이씨 괜히 말했다> 엄마의 크나큰 반응에 아이가 말했다.나중에야 나는 아이가 <부끄러웠겠구나>를 알아차렸다.그러다 우연히 듣게 된 여자아이들의 소행. 여자아이들이 우리 애를 쫓아다니며 때린다는 이야기. 워...이 쯤되면 머리가 아프다. 그 중 장난꾸러기 여자애가 한 명이 있는데, 매번 <야야 쟤 잡아서 패~>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쟤는 우리 아들. 확 씨 만나서 겁을 줄까. 어디서 우리 아들을. 생각했다.


피차일반. 거기서 거기. 욱해봤자 소용없다. 지금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겁게 말해봤자 겁만 주고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악랄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 나는 이럴 때일수록 상대 아이들을 수용하며 가르칠 건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닌 건 아닌 거야)


폭력과 놀림이 난무하는 대안학교. 질서와 권위는 사라졌나? 장난의 수위가 어디까지이고, 친근함과 편안함의 수위가 어디까지인지. 아이들을 존중하는 게 맞지만, 아이들이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왕이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들과 행동에 대해서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게 나의 몫, 학교의 몫 아닌가? 도대체 아이들이 뭘 배우고 있는 건가. 대안학교는 무얼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아이의 행복 좋지만, 아이만 행복하면 위험하다고 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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