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얼굴 망했다._23.12.19
현실은 이렇습니다만.
귀엽지만, 안타까운 아이가 하나 있다. 얘는 정이 간다. 안쓰러운 마음 때문인가 보다. 아이는 adhd 형을 두고 있다. 아이는 형 때문에 늘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다. 맞벌이 부부에 둘째, 위로는 형이, 아래로는 여동생이 있다. 참. 처음에 만났을 때 눈물을 꾹꾹 참아내던 것이 생각나고, 자기표현이 되지 않는 게 생각난다.
그러더니 이번 돌봄에서 아이가 눈물을 팡 터뜨리며, 서럽게 울었다. 형 때문에 힘들다고. 형이야말로 안타까움의 산물인데, 이 아이는 행동이 그냥 다다. 악의가 없으나, 늘 물의를 빚어 문제가 된다. 병 뒤로 숨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나, 별 수 없이 튈 수밖에 없다.
형 아닌 그 동생이 최근에 나에게 <선생님 얼굴 망했다>라고 말했다.
아.... 이놈의 쉑히.
그런데 듣는 내가 밉지 않았다. 그럼 된 거 아닌가. 이 아이도 다 알고 있다. 허용이 되지 않는 말이라는 걸. 맨날 교실에서 혼나는 아이니까. 슬프지만 지네 반 교실에서 맨날 야단을 맞나 보다. 하.
그냥 나는 받아치길 <OO아, 너는 네 선생님 얼굴이 망했으면 좋겠냐 네 선생님인데? 망해봐라 네가 더 슬플걸?> 하고 말았다. 아이의 진심은 그게 아니고, 웃기고 놀리고 싶어서겠지. 이게 내 한계였다.
비폭력대화를 배우긴 했다. 그런데 나도 사고가 그리 밝진 않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오고 가는 대화와 행동을 보니 <상대를 향한 열린 마음과 대화>는 아니다. 내가 조심하려는 건 아이들이 체념적으로 사고하고, 체념적으로 소통하는 걸 멈추게 하고 싶다. 대안학교 <선생님>이라고 다르지 않다. 상대가 부모든 어떤 어른이든 그 순간에 잘못된 말을 할 수 있고, 잘못 던진 돌에 개구리 한 마리 죽어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건 <용기>다.
현실이 녹록지 않아도 체념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지 말고, 다시 한번 <용기> 내어 다르게 생각하고 대화의 포문을 열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상대방은 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