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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국 Dec 12. 2024

관계의 절망_24.12.12

커리어도 잘 쌓고, 관계도 좋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는 없다.


<세상은 생각보다 드라마틱하지 않다. 내가 느낀 세상과 만나는 관계는 마라맛이다.>


연일 뉴스에 나오는 소식은 윤석열 탄핵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요즘은 무관심할 수 없는 지경이다. 나의 불안은 연일 치솟는다. 비상계엄령을 시작으로 날마다 뉴스를 보면 답답하다.


똑똑하지 못한 게 한스럽고, 돈이 없는 게 한스럽고, 그렇다고 가정을 화목하게 만들지도 못하는 더러운 성격이 한스럽다. 날 이렇게 만든 대상을 찾아 죽어라 욕하지 않으면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참 사는 게 퍽퍽하다 여겼다. 유튜브 댓글창에 악플 다는 사람들이 할 일이 없어 그러겠나. 자기들도 살기 퍽퍽하니, 원망할 대상, 미워할 대상을 찾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스스로 살맛 나지 않는 세상에서 가정까지 만들었으면, 적어도 나란 인간의 책임은 분위기라도 좋게 만들어야 할 텐데... 그마저도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나라처럼 가정이 박살 나는 것 같아서 한동안 쉬이 내입에 욕이 끊이지 않았다.(욕의 화살은 만만한 내 아이들) 가정만 박살 나고 있을까? 학교도, 교회도 나는 답답하다.


늘 출장에 쫓기는 남편,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는 어머님, 두 아이를 끌고 다니며 일하는 나. 정신없이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친구가 심정지가 와서 아산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뒤 기적처럼 의식이 돌아오고 인증샷까지 찍어 인스타에 올렸다.


친구의 소식도, 나라의 소식도 기도했었다.


라디오에서는 <사는 게 선물이다>라고 하는데, 막상 친구가 병상에서 일어나니 실감이 안 난다. 나라도 막상 잘되면 실감이 안 날까? 인스타의 친구 사진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했다. 나의 기도가 무색할 정도로 친구는 환히 웃고 있었다. 이 아이는 정말 괜찮은 걸까? 뉴스의 소식을 보면서 국민들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막상 우리나라가 국민들 덕분에 잘 되고 나면.. 난 또 정말 괜찮은 걸까? 싶을 거다.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사실 고민이 그리 깊지도 않았을 거다. 삶의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결과를 낳았는데.... 나라도, 가정도, 학교도, 교회도 그 현실이 참혹해서 감히 무얼 어떻게 해결할지 몰랐다. 기도밖에 답이 없다고 말을 할 수 없다. 내가 그리 깊은 신앙인은 아니어서.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기도하는 건 맞다.


할 말을 다 하고 나니, 남는 건 후회뿐이었다. 맞는 말이었는데.. 말하고 나니 그러면 <나는 양심의 찔림이 없이 나의 책임을 다했나?> 물어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거다. 나도 결국 내 몸 하나 살자고 치사하고 비겁한 행동을 거침없이 해왔다. 나는 이 지점이 나를 부끄럽게 하고, 더 이상 아이를, 남편을, 어머님을, 학교를, 교회를, 정부를 탓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시대의 비극이 내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결국 내 스스로 그 비극에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그 누구도 끝마쳐주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언제나 나는 선택의 기로 앞에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어찌 되었든,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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