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하고 나빴다.
살면 살수록 방향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요즘 힘들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화가 나고, 학교의 대처에 더 짜증 나고, 무력한 나의 모습에 힘이 빠졌다.
아이들을 낳아놓고 잘 키워야 할 텐데.. 아이들이 고통받는 시대며 가정이며 학교가 되어버렸다.
나 조차도 사실 아이들을 학대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내 개인적 양육 기준이 높을 수도 있겠지만..) 엄마인, 아빠인 이 시대의 모든 부부가 육아가 행복할까? 사실 과거 우리는 어느 집의 귀한 아들, 귀한 딸로만 커왔기 때문에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익숙지 않다.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이다.
육아를 뒷받침할만한 재정적 상황이 괜찮다면.. 사실 상관없겠다. 그런데 대부분 녹록지 않다. 대출 갚느라 괴롭고, 카드빚 때문에 출근은 해야 하고.. 그 사이에 아이들은 학교에 가 있다. 학교에서 별 탈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생각보다 학교도 녹록지 않다. 그런데 거기서 성적까지 내라고? 나라도 탈진하겠다.
우리도 사실 코로나까지 겪으며, 수많은 세월 속에서 끝도 없는 고갯길을 넘어온 것 같다.(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며 지냈나 싶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마스크를 어떻게 견뎠을까. 이제는 감기만 걸려도 쓰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런데 걱정된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처럼 우리 아이도 허망할까 봐.>
아이는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가족들 모두 각자 자리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직장도 어디도 둘러봐도 참 쉬운 게 하나 없는 세상 같아 보인다. 뉴스를 볼 때마다 이민 가고 싶어질 정도니 말이다.
학교 현장에 들어가 보면 난리도 아니다. 신편입생들이 대거 들어온다. 그런데 학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장애우를 폄하하는 건 아니나 장애우 학생들을 지도할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 대안학교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장애우를 받는 것이 합당한가? 화가 난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결정인가. 다운증후군 아이는 이곳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까.(담임선생님은 최대한 노력하시겠지만 이걸 담임의 역할로만 치부해 버리면 더 큰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는 외면할 것이다.)
슬프게도 현실이다. 나 또한 비겁한 월급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하고 싶은데, 실력도 인성도 개차반이다.
세상이 아무리 녹록지 않아도 내가 가진 자원이 풍부하다는 건 인정한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에 말도 저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날마다 쉽지 않은 하루이다. 엊그제는 가정에서 터지고, 어제는 학교에서 터졌다. 누구 하나 노는 사람 없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이 면피만 하고 있다.
아마 이렇게 지속된다면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서 폭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 불안은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함 때문에 불안한 것이 아니라 미래가 너무나도 확실히 눈에 보이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게 뭘까?
가정이든 학교든 사회든... 아이들도 어른들도 책임 있는 삶을 살기 바란다. 책임이라는 말이 무겁기도 하지만, 나는 그동안 면피만을 해왔다는 걸 타인을 보면서 알았다. 책임 있는 어른과 아이들이 세상에 모인다면 아마 그나마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겁한 변명을 멈춰야 하지 않을까? 사소하고 자잘한 내 감정이나 내 잘못 같은 것에도 인정하는 태도부터 갖춰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겠다. 재정, 학습, 관계 뭐든. 결국 내가 외면할 일이 아니라 사소한 것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 조금 더 나아지겠지.
사는 건 힘든 일이다. 행복만을 바라고 살기에는 너무 철없다. 나는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고 방향성을 바르게 하고 살고 싶다. 정도를 걷고, 한 순간이라도 바르게 살고 싶다. 그게 내가 지향하는 지향점이다. (큰돈을 벌기에는 이미 망한 것 같다. 그래도 감사한 건 정신병 걸리지 않고 사고를 똑바로 하고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돈이 없고, 직장에 가기 싫고, 육아도 힘들고, 부부관계도 별로 안 좋고, 가족도 싫은 마음이 있지만..
그럼에도 사실 인간은 절대 혼자 살 수 없기에 결국 이 거추장스러운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지켜주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열심히 살뿐이다. 이제는 내가 가진 것들도 기여할 때인 것 같다고 느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