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필요한데 힘이 없을 때_25.9.29.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걱정이 더 많아졌다.(살기 좋아졌다는데, 당최 나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건 허울좋은 소리같아서 그냥 넘겨듣게 된다.)그리고 결혼후 가족관계가 폭이 넓어지고 나서부터는 굉장히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이땅의 모든 대한민국 엄마, 아빠들이 이렇게 살았나? 결국 나도 이 구조 속에 이렇게 살아야하는건가? 싶었다. 가장 중요한 건 부부관계라지만, 부부관계도 아슬아슬할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싶었다.
일이야 그냥 하면 되지만, 일... 하기싫다. 일일이 네일, 내일 나누며, 내가 더 많이 했음을 증명하기 바쁘다. 육아도 돈버는일도, 이렇게 살수는 없다. 누군가를 눈치주며,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나는 걱정이라 생각했는데, 더 깊게 들어가보면 걱정이 아니라 부담으로 다가와 도망치듯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참 무서운 마음이다.
세상을 그렇게 부담으로, 가족을 그렇게 부담으로 받아들여서 겨우 살아내는 삶.
내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은 이런게 아니었다.
하루 눈뜨면 부담스러워서 다시 눈감고 싶은 나날의 연속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가족을 대하고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들이 너무 빠르게 크고 있고, 나는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100세 시대라 인생은 더 길어져버렸다. 내가 좋든 싫든 삶의 길이가 더 길어져버린 셈이다. 어찌보면 나는 다시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인데, 어째 달리기도 전에 맥부터 빠지는 이유는 뭘까? 나만 빼고 모두들 너무 열심히 달리고 있고, 자기만의 세계를 잘 만들어가고 있는것 같다.
요즘 40대는 중년에 끼워주지도 않는다. 애매한 나이에 애매한 경력에.. 애매한 아이들.. 애매한 부모님.. 남편의 걱정도 한몫, 부모님 걱정도 한몫, 아이들도 한몫. 한치 앞은 보이지 않고 장담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취업시장은 볼때마다 낯설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이 되고,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하나. 이 아이들이 공부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닌것 같아서 점점 마음이 혼란스러웠다.(그런데 나나 아이들이나 중요한건 지금 하고 있는 것조차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완전히 도태될것이라는 생각때문에 가느다란 끈을 놓지 못했다.)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우리의 삶이 생존만을 위한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정치하시는 분들이 내놓는 정책도,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도 <그저 생존하기 위해 살아라> 같아서 더 답답했다.
나의 부모에게 감사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화가 나는 지점도 딱 이부분이었다. 본인들은 알지 못하는 내 입장의 괴로움을 1도 이해하지 못하셨다는 것이다.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회 속의 본인들은 약자일지 몰라도, 가족 내에서는 아이들 입장에서 무조건 힘이 있는 사람이다. 그건 정확하다. 그럼에도 구조를 아이들이 힘든 구조로 이끌었다. 적어도 나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왜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살고 있을까?
결국 나는 가족문제도 가치관싸움, 구조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조를 바꾸고,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힘들것 같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