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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삶의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 헛된 줄 알았다

뇌과학자 말로는 아니다_25.10.1

by 소국

나는 나의 이 쓸데없는 일기들과 글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닐까 봐 걱정했었다.


그런데 뇌과학자가 하는 말은 신기하게도 내가 지금 왜 힘든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고집스러운 성격 탓에 나를 이해시키는 것이 나 스스로가 힘들었는데, 한방에 이해가 되었다.


집중과 몰입의 차이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잘해보려고 긴장된 상태에서 온몸에 힘을 주기 때문에 빨리 지친다는 것이다. 집중을 해야 하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미디어와 같은 것은 내가 집중하려고 하지 않아도 쉽게 집중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손쉽게 미디어에 손이 간다. 그런데 이건 편도체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중독으로 빠질 가능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몰입은 다르다. 느슨한 이완 상태에서 내가 해결해야 해야 하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면 효율이 올라간다. 이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유레카. (남들은 뭔 개똥 같은 소리냐 이미 알고 있는 걸 이제야 알겠다고 난리 치냐 하겠지만 일단 내가 아는 게 중요하니까.)


이완. 해결할 문제는 그대로 있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완이 답인데, 잠깐 쉬는 게 답이다. 잠시 선잠(10분 정도). 걷기. 산책. 이런 것들이 문제해결의 효능을 높여준다.


뇌과학이 요즘 왜 이렇게 뜨나 생각해 봤다. 40대인 나만 해도 하루에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다. 아이들 챙기기. 대안학교의 공지사항들 확인. 업무확인. 계획에 없던 일들. 친정, 시댁 행사. 가족행사. 집안 재정관리. 그런데 문제는 남들은 너무 편안하게 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나만 투덜거리고 있는 건가 싶어 꾸역꾸역 해내고 있다.


그런데 대안학교 특성상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초등과정 담임들도 대학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아이들 케어, 과도한 업무량으로 쓰러진다.


뇌과학이 정말 효과가 있을는지는 몰라도, 쳇바퀴 같은 인생살이를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나에게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는 있겠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


또한 대한민국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부터 끝도 없이 쳇바퀴 삶을 사는 이 아이들. 그런데 문제는 대학이 끝이 아니다. 인생의 전반을 나처럼 끝없는 문제 해결의 늪에 빠져서 살아야 할 때 연속적인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것이다. 로봇처럼 자고 일어나면 충전되면 좋은데... 그렇지 않잖아. 인간이다. 아마 아이들은 더 심각하게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


답이 무얼까 생각해 보면, 이 뇌과학자 말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었다. 우리의 뇌가 어디에 반응하는가. 대면하고 싶지 않은 문제는 회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키가 있다. 결국 이것도 훈련이었다. 지속적인 훈련.


그러면 그것을 어떻게 강화하느냐. 몸을 이완시키고 집중도를 높여서 하기 싫은 그 일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유레카!


집안일. 돈 버는 일. 애 키우는 일. 공부하는 거. 남편과의 대화. 다 나한테는 일이다. (욕심이 많은 게 아니라 40대 여성이라면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이다. 본분을 소홀히 하면 인생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기본을 하는 게 정말 어렵다.)


나는 그동안 브런치를 통해 자꾸 이완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푸념하며, 글을 쓰며, 수다를 떨며... 한강을 걸으며 나도 모르게 자꾸 이완하려 애썼던 것 같다.


내가 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일이 아니라 그저 나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날들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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