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하지마. 그냥 살아라.
나는 뭘 두려워서 맨날 절절거리며 살았나.
이번 추석 연휴가 기가 막히게 길다. 요즘 내가 드는 느낌이 맞다면 현재 자잘한 일에 너무 신경 쓰다가 자잘한 일도 못하고 큰일도 못한다.
이번 연휴를 타깃 삼아 많은 사람들이 인천국제공항을 찾을 때, 우리 가족은 강원도를 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평상시에는 여행도 알아볼 겨를이 없이 하루를 살고 나면 맥이 쭉 빠진다. 쳇바퀴가 계속 굴러가니 그 안에 나는 죽을 맛이다. 남편이라고 생각이 없겠냐만 여력이 없으니 대안적으로 생각한 게 강원도였다.
그것도 어머님 빼고. 한집 사는데 왜 같이 안 가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3주를 말을 안 하고 살았었다.(그 사이 어머님은 제주도에 다녀오셨다.) 이번에는 나도 지지 않고 말대꾸하고 <뭐 하시는 행동이냐>며 판을 엎었다.(자주 엎는다.) 아이 교육을 생각하면 더 엎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방관하듯 한숨 쉬며 앉아있는 남편이나 며느리를 자기 종처럼 생각하시는 어머님이나 뭐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추석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가 여기에 다 있다.
추석 바로 전날이 어머님 생신이다. 이것도 힘들다. 남편은 자기도 출근하고 퇴근하는 그 삶 자체를 힘들어하면서, 자기 가족 행사를 나한테 떠넘기더니.. 이제는 아내눈치가 보이는지 자기 동생이랑 어머님 생신 얘기를 했나 보다. 그런데 싸웠다. 본인은 힘들어 죽겠는데 거기 대놓고 아가씨가 짜증 내는 말투로 뭘 또 따졌나 보다. 우리는 싸움의 핑계를 다 돈으로 결론짓는다. 그런데 정말 아끼려다 보니 싸우는 걸까?
돈이 없다면서 할 건 다하는데?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싸우는 걸까.
고비를 잘 넘기자는 마음으로 그냥 마음을 훅 놨다. 어머님께는 내 태도가 건방지게 느껴지셨다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남편과 아가씨는 알아서 말을 나누길래 나도 별 말없이 그냥 말을 나눴다. 그리고 각자 임무를 열심히 다했다. 제사 음식을 만들고, 산소를 가고, 어머님 생신파티를 했다. 서로 어색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하면서 그냥 그렇게 지났다.
계속적인 일정이 내 몸에 피곤했나 보다.(일해야지.. 싸워야지.. 음식 해야지.. 생신 챙겨야지.. 강원도 일정 짜야지..)
강원도 가기 하루 전. 주일에 설교시간 내내 꾸벅꾸벅 졸았다. 그전날 유튜브를 너무 늦게까지 봤나 했다. 그런데 막판에 일어나서 찬양하는데 기절했다.(남편이 사색이 되었다. 그런데 사색도 그때뿐이다. 맨날 하는 말은 해외여행을 가자. 아님 해외에서 나가서 살자. 아님 셋째를 낳자... 미친다.)
5초. 엄청 짧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난 순간 기절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창피했다. 다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
그러고 벌떡 일어나 교회를 나오고 애들 챙겨서 집으로 향했다. 이후 집에서 쉬고 짐을 쌌다. 거의 1주일의 짐. 가기도 전에 지칠 짐의 양이다.
강원도에서도 우리 부부는 1주일 내내 싸운 것 같다. 남편은 중간에 딱 한번 폭발했다. 나머지는 잔잔바리 싸웠다. 하 정말 피곤하다. 거의 1주일 동안 쓴 여행경비가 해외여행 다녀올만한 경비라며 짜증을 낸 것이다. 그런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어린 초등생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다닐 때 비용이 더 드는데... 이 사람은 너무 어른의 기준에 맞춰있다. 아이들이 숙소에만 있나ㅜ 체험을 할 텐데... 그 비용은 생각 안 하나.
일주일 숙소비용 70만 원 정도
기타 경비 100만 원 정도 들었을 것이다.
예상은 200만 원이 넘었을 것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경제문제. 나도 그 고충을 모르는 것 아니나 아내 힐링시켜 주려 본인도 무안을 무릅쓰고 강행군을 했으면 말을 곱게 해야지. 이게 뭐 하는 건가. 결국 자기 통장에서 돈 빠져나가니까 괴롭다. 이거 아닌가.
하.....
그래놓고 경제고민하고, 앞으로 뭐 먹고살아야 하나. 애들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하나 이런 거 고민하고 있으면 <그만 고민해 잘하고 있어> 한다. 나한테 싸지른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여행을 다녀왔는데..... 뒤가 겁나 찝찝하다. 그래서 유튜브를 켜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돌돌콩, 뉴욕털게)의 영상을 보며 힐링을 했다. 그래. 힘내야지. 뭐가 되든 안되든. 망하든 성공하든 힘을 내야지 하면서. 앞으로 우리 가정에 변화가 정말 많을 것 같은데 불안했나 보다. 남편 뜻대로 하는 게 늘 불안한데, 뭐 그렇게 해서 망하면 니탓. 내 뜻대로 해서 망하면 내 탓하면 되겠네 싶었다.
사는 것이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은데, 그럼에도 살만하다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