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함을 잘 기억해 둘 필요가 있는 이유_25.12.3

제일 싫었던 바로 그 사람에게 인사이트를 얻는다.

by 소국

인생의 가장 큰 모순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싫다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봤자, 결국 제자리걸음인 경우는 내가 아직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경험이나 인생은 나에게 말하고 있는데 깨닫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몸은 어른인 채로 커버리면, 주변인들은 나를 어른으로 본다. (그런데 사실 나는 어린아이에 불과한 어른이다.) 가르쳐주셔야 하는데, 그 몫을 해내지 못하면 민망해서 말을 아끼게 되는 게 어른인 것 같다. 그 사람의 체면 때문에 이쪽에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놓친 게 너무 많아서 배워야 할게 아직도 많다고 생각한다.(인간관계, 사회생활, 예의 등...)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심신이 많이 허약해졌다. 공모전에서는 떨어지고, 이사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친정의 공동으로 받은 상속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이고, 아이들은 이 와중에 전학을 가야 한다. 향후 10년을 생각해 보면, 나는 당연히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여자나이 40살에 무엇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 생각 끝에 영어점수를 얻어 해외취업이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것도 충분히 신기루일 수 있다. 그런데 실패해도 남는 건 영어라는 생각에 영어공부까지 한다.


문제는 내 경력, 커리어가 형편이 없다. 잘난 사람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나를 써줄 곳이 없다. 나 같아도 안 뽑겠다. 현실적인 이유로. 일단 에너지면에서 40살이 넘어가면 바닥을 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나이부터 경쟁력이다. 정말 냉정한 현실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해외에 나가도 이민자의 현실은 눈물 난다. 더 많은 걸 증명해 내야 하는 현실. 이 모든 게 제가 가능합니다.라는 뭐가 있어야 하는데...(마음속으로는 미치고 팔딱 뛰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참 뭣도 없는 현실이 참혹할 뿐이다.


게다가 이제는 월세살이 시작. 아이 2명을 잘 키워내야 한다는 하드캐리 인생을 살고 있다.


내가 정말 싫었던 옆선생님의 말. 시어머님의 말. 남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나가면 뭘 하겠어 여기서 그냥 하던 거 해>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알아?><내가 밥을 차려달래 뭘 해달래><말이면 다 되는 줄 알아?><이걸 해낼 케파가 돼?><애는 어떻게 키울래?> 다들 나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니까!!!>라고 외치는 것 같다.


온갖 말을 쏟아놓았는데.... 문제는 그분들이 나쁜 분들이 아니다. 이 분들도 인생의 모순을 몰랐을까? 결국 돈에 발목 잡히는 인생을 살아보았으니 비참함을 견디며 그 자리를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시도가 누군가에게는 대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분들은 젊을 적 다 겪어본 일들일지도 모른다. 그분들이 볼 때는 아직도 나는 인생의 애송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망아지처럼 날뛰는.


현실은 정말 냉정하고, 나 자신은 아직도 철없는 망아지 같다. 아이들은 아무 이상이 없는데, 이런 엄마를 만나서 개고생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그저 나는 나로 살고 싶었을 뿐인데, 가족을 만드는 순간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것조차 변명으로 들릴만큼, 나보다 더 못한 환경에서도 잘 해내는 사람들은 더 많았다. <너의 완벽주의 성격 때문이다.>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내가 만난 세상은 그 모든 걸 원하고 있다. 올라운더. 쉽지 않아서 시도만 하다가 끝나는 인생이 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겠지 싶어 뭐라도 한다. 현생에 아이들을 길바닥에 나앉게 하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아서.


엄마로 살아보니 글렀다. 좋은 어른으로 남고 싶다. 적어도 안전한 어른. 내가 우리 엄마 아빠에게 바랐던 단 한 가지. 나는 울타리를 만들고, 좋은 생각을 심어주고, 좋은 안내자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부터 성장해서 아이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세상에서 엎어져도 가족의 울타리는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하루라는 시간은 좀처럼 쉽지 않고, 나 하나 건사하기 너무나도 어렵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안타까운 현실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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