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만 있는 사람이 말하는
이 세상 살기 법
멘탈이 자주 후루룩 짭짭에 늘 저급한 표현을 쓰는 나는 늘 자존감이 낮다. 여겼다.
친정 아버지가 암투병 중이실때도 나는 곧잘 친정아버지의 호통에 놀라자빠지곤 했다.(물론 환자 앞에서 티는 안내지만 멘탈이 후루룩 짭짭이었고 조용히 간병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애썼던 것 같다)
내가 아버지를 더 깊게 이해할수만 있었다면 다른 식의 소통을 해보려 노력했겠지만, 나도 암투병 환자를 돌보는게 처음이고, 게다가 이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 지난 세월의 회한? 같은게 너무나 짙어서 사실 대화다운 대화가 임종까지도 되지 않았다.
그냥 사는게 지랄같다. 싶을때가 있다.
어느 날은 무심하게 뭐 이정도도 괜찮네 하다가 인생에 뒤통수 맞는 기분이 들때가 있는데, 나는 사실 아버지의 암소식이 나에게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거의 멘탈이 반 나가 있고, 병간호하다가 울 일이 많아서 전화통 붙들고 울고 그럴때였다.(대학병원에 나같은 사람이 흔치 않게 보여서 마음이 아프다.)이 때는 꼭 세상은 밝고 나만 흑색인 것 같은 착각을 했다.
그런데 이때, 자주 연락도 못했던 교회친구가 나에게 찾아왔다. 밥한끼 사준다고.
<나 요즘 자존감 바닥이다>
모든 대화끝에 나온 나의 말에. 친구 왈.
<니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한다.
남들이 보기엔 할말 다하고 사니 자존감 바닥같아 보이지 않은가 보다. 난 그게 오히려 신기하다. 자존심만 세서 정말 정신차려보면 뭐하는 짓인가 싶을때가 너무 많고. 관계가 엉망일 때가 많은데. 좋은 말로 포장해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니가? 이 어이없다는 제스쳐. 표정. 태도가 오히려 나 자신을 안심시켰다.
골나서 아픈 아버지한테 성질 부리고, 말 안듣는다고 잔소리하고, 아기가 되어버리고 나중에는 딸도 못알아보는 이 환자를 버겁다고만 여겼던 철없고 자존심만 센 나를 되돌아본다.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서야 나의 자존감이 올라갈 일이 없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가까이에 있는 남편도 내 자존감 챙겨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너무 바쁘고 어깨짐이 무겁다) 다 자기 입장 있기 마련이다. 이쯤되면 자존감을 무시하거나 이세상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단어가 된다. 그리고 이걸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삼고 싶지도 않다.
자존심 센 여자는 자존감 나부랭이 없어도 그냥 살기로 한다. 몹시 빈약한 자존감 나부랭이를 잘 다독이고, 자존심이 이빠이 올라올때 잘 다독이며 살아보기로 한다. 안되면 한숨쉬러 햇빛쬐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