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다 말했다 2
나에겐 재미있는 실장님
나는 박물관 계약직.
(누가 강조하지 않아도 나의 위치는 나도 안다.)
우리 박물관에는 내가 알기론 4~5명쯤의 학예사 선생님이 계시는 걸로 안다. 대부분 박사과정을 다 통과했다 한다. 말그대로 고학력자.
나의 느낌상 박물관은 별로 위계질서가 뚜렷하지 않아서 업무를 이야기하는게 지시적이지 않았다. 업무상 편의를 위해 실장의 역할을 할 뿐 실장님은 권위적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다른 학예사 선생님들이 준비하시는 전시나 교육을 최대한 서포트하시려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실장님이 신기하고 배울점이 많다고 여겼다. 나이 많은 학예사 선생님을 존대하며 관장님과 학예사 선생님들 사이를 조율하며 박물관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전반적인 운영을 체크한다는 게 참... 말이 쉽지...
태도가 쉽게 어긋날 수 있는데, 실장님은 다른 사람, 대상이 누구건 침착하다. 신기했다.
그런 실장님에게 반했는지 나도 모르게 마음 문이 활짝 열렸다.
그러면서 실장님께 과감하게 산책을 제안했다.
(참고로 나는 4월에 입사했다. 실장님과는 밥을 꽤 자주 먹었다.)
산책을 하면서 내가 내 얘기를 했다
나: 실장님 제가 웃긴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실장님: 뭔데?
나: 제가 채용신체검사서를 받아야해서 신체검사를 하러 갔는데 잘못 받은거예요. 근데 원래는 검사항목에 없는데 잘못 받아서 우울증 검사를 한거예요~
실장님: 아~ 근데?
나: 근데 제가 그 항목을 보고 어이가 없더라고요. 질문이 뭐냐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냐 없냐 하는거예요~ 아니 생각해보세요 이 세상 사람들 중에 죽고싶다는 생각을 안해본 사람이 어딨어요?? 어이가 없어서 이런걸 질문이리고 하나 했다니까요~~
근데 결과가 가벼운 우울이 있다라고 나온거예요.. 순진하게 제가 거기에 다 체킹하면 정신병원가라고 할껄요~
실장님: (내말에 웃기다는듯이 계속 웃으시며) 선생님은 질문지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건 우울증 아니야~~ 근데 요즘에는 정신병원 가는 사람 많아~ 그리고 그게 도움도 돼~~
나: 그쵸 우울은 아니고 불만러 같은거죠~~ 아니 근데 정신병원 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약만 주니까 문제죠~암튼 그랬다구요~ 아 그리고 또 건강검진으로 새로운 병도 알았잖아요~
실장님: 뭔데~
나: 저 빈혈 있대요~(실장님은 이때부터 웃는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저 일하다 쓰러질수도 있어요 아셨죠???
실장님: 빈혈은 대한민국 사람 다 있어~ 걍 과로해서 쓰러지는거야~ 빈혈때문이 아니고.. 결국 선생님은 엄청 건강하다는 얘기야~~
실장님의 맞장구에 아주 신나게 웃었다. 그러다 실장님과 나는 한참 걸으며 초록의 나무들을 만났다.
나: 와 꽃보다 더 예쁘다.
실장님: 선생님은 절대 우울증 아니다. 나무보고 감성이 터지는데...
나: 근데 실장님은 안예뻐요?
실장님: 나는 봄이 오면 봄이 왔나보다. 나무보면 나무인가보다....
나: 실장님~ 실장님이 우울증 아니예요????ㅋㅋㅋㅋㅋ
아 정말 실장님 매력이 철철 넘친다. 그 전 박물관에서 어떤 분한테 로봇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시는데, 나는 이런 실장님이 좋다. 나에게는 없는 침착함과 평정심과 예의와 존대는 어떻게 갈고 닦는건지.. 목소리가 원체 작아서 상대방이 못들어서 혼잣말로 웅얼거리실때 조차 귀엽다.
참...... 귀여운 실장님이다.
버르장머리 없는 계약직 신입 주제에 실장님한테 귀엽다는 말을 감히 한다. 실장님이 나의 농담을 스스럼없이 받아주시는게 고맙다. (이 말이 하고 싶었던거다)
나는 박물관 사람들을 대체적으로 애정하는것 같다.
(성급한 일반화ㅋㅋ)